부모님 전상서/윤삼열
어릴적 편지 쓰고 오랜만입니다
엄하고 무뚝뚝한 엄빠닮아
그런가보다 속으로 삭이며 살아온 세월
어둠 깊어지고 막다른 골목에 다달라서야
엄빠 얼굴그리며 회억에 잠깁니다
새벽이면 방문 열어 설잠 깨워서
성경읽고 함께 부르던 찬송소리는
시간이 흘러 추억어린 선물되고 축복이 되었지요
다정하게 안아주신 기억없어도
식구들 이름부르는 아버지의 기도소리 귓가에 쟁쟁하고
밥솥에 쪄낸 엄마의 뜨끈한 찐빵이 아직도 아른거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살아실 제 사랑합니다 말 못하고
변변한 추억 하나 만들어 드리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부모님을 회상하는 게
이토록 가슴깊이 아려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자식을 그토록 사랑하여
여장(女裝)으로 숨어 큰 아들 살피시고
하얀 백차에 작은 아들 태워 보내고
거금들인 피아노로 여동생 가르치고
막내에겐 기타부터 일기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자칭 효자인 나는 늦바람 난 지랄로 애간장 녹였건만
밤마다 눈물 삼키시며 애태우면서도 태연한척 하셨지요
사랑하는 엄빠는 알고 계셨지요
이 못난 가슴이 평생 울거란 걸
하지만 괜찮아요 그게 제 십자가잖아요
마음 졸이며 겸손하게 살라는.....
두 분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결혼 후에도 한번도 따뜻한 밥상 차려 드리지 못한
살갑게 안아주지도
잘 사는 모습 끝내 보여주지 못한 불효자지만
그래도 목회자라고 자랑스러워 하시며
윤목사라 부르며 사랑해주셨지요
사각사각 바람소리 어둠타고 들려오면
엄마의 인기척이 기도되어 나를 감싸고
사철에 봄바람 아빠의 찬송소리 귀에 살아옵니다
언제 불러도 정겨운 우리 엄마
언제 들어도 싱싱하고 우렁찬 우리 아버지
부를수록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죽었으나 말하는 믿음의 선조들 처럼
살아계신 듯 여전히 말씀하시네
이번 어버이날에는 하얀 카네이션 대신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하늘의 별이나 한줄기 바람되어
제 곁에 계시는
엄빠를 만나야겠습니다
엄빠!
이 못난 자식이 사랑했다는걸 잊지마세요
보고 싶습니다
아주 많이요
오늘 밤은 두 분 품에
포윽 안기어 잠들고 싶습니다
엄빠 사랑합니다
(2019년 어버이날을 앞두고 셋째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