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랑하는 딸에게

물음표와 느낌표 2017. 12. 12. 14:22

사랑하는 딸 윤선에게


 결혼전에 딸에게 편지글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는데 나의 게으름과 마음속 쓴 뿌리로 늘 마음뿐으로 아쉬움 가득했는데 우리 이쁜 딸이 아기를 잉태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쁘고 설레고 행복했지요. 하지만 글써본 게 오래돼 좀처럼 펜을 잡는게 힘든게 아니구나. 우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가 말할 자격이나 있는건지 하는 두려움도 있지요.


아빠는 강하게 보이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툰데다 생각보다 여리고 감성적이어서 때론 말을 꺼냈다가 오해를 받거나 애같다는 말을 들을 때는 그나마 나오던 말도 쑥 들어가 버리곤 했고 특히 딸의 쌀쌀함과 엄마의 무심함은 나를 소극적이고 입을 다물어 버리게 했지요. 아빠는 연애시절 수많은 편지를 엄마에게 보냈지만 단 한번도 답을 받은 적은 없고 오히려 그것이 위선이라고 외할머니에 의해 불에 살려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마음속 깊이 남아있던 애정도 표현도 애틋함과 낭만도 함께 불태워졌답니다. 나중에 다시 힘을 내서 성지순례중 매일 한두장의 엽서를 보냈지만 그것마저도 소홀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는 그후론 쪽지조차도 쓰지 않게 되었지요. (다행히 40여장의 그 엽서는 내가 잘 보관하고 있지요

)

설교도 그렇지만 설교나 글이란 것은 읽어야 할 특정한 상대방이 있다 해도 우선은 설교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을 염두에 두고 하지요. 글을 쓰면서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거나(내려놓거나) 다잡거나(결심하거나) 또 평소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니 어쩌면 내게 부족한 것이나 희망사항을 설교하거나 글로 쓰게 되지요. 그러니까 글이나 설교의 일차적 효용이 글 쓰는 자신에게 있고 가장 우선적인 수혜자가 자신이란 것이지요. 그러기에 듣거나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위선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다. 나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윤선! 네가 우리에게로 왔을 때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우리는 늘 싸우느라 미처 기뻐할 틈도 없었고 우리 가족의 삶은 곤궁했다. 그렇지만 너는 어려서부터 예뻤고 영특했으며 너는 아빠의 기쁨의 원천이었고 희망이었으며 나 자신이었다. 지금도 어렸을 때 너와 함께 한 시간은 나의 삶의 활력소요 추억이요 비타민이고 행복이란다. 너를 태우고 목포와 집을 오가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운전중 네가 설교자료를 읽어 주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구나. 그리고 평촌살 때 그러니까 네가 4~5학년이던 때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 집과 역사이를 서로 왔다 갔다 바래다주던 일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큰 행복이었지요. 그런 네가 이제는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이룰 때는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회한의 눈물도 수없이 흘렀지만 부모의 아픔이 계속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너희 부부를 보며 감사기도를 드리며 더 복되고 건강한 가정이 되도록 늘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중 그대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하늘나는 기분이요 아빠의 아픔까지도 잊게하는 굿뉴스였지요.


그래, 나에게도 예쁜 딸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살아가기 힘든 날에도 용기가 생겼고 가슴이 펴졌고 다리에 힘이 주어졌지. 정말로 나에게 네가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썰렁하고 적막하고 답답한 것이었을까. 너로 하여 나의 세상은 무채색의 세상에서 유채색의 세상으로 바뀌었고 너는 바라만 보고 생각만 해도 좋은 그런 존재였지요. 너를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속에 끝없이 흐르는 어떠한 미지의 강물을 느끼곤 했었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나라의 하늘을 꿈꾸었고 그 하늘의 별이며 구름을 또한 내 것으로 할 수 있었지. 이것은 살아 있는 목숨의 축복. 딸을 통해서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되었음을 깨닫는단다. 그런데도 난 너를 가슴으로 안아보지 못했으니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내사랑 내 딸 윤선,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 속 꽃밭이다. 네가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다. 이제라도 이렇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나도 금년이면 직장생활도 끝나고 내년 2월이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으니 인생을 정리해야 할텐데 감사하게도 뜻하지 않은 암으로 고통과 아픔은 있지만 가족간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씻을수 있고 진심과 사랑을 고백할 수 있어 기쁘기 그지 없다. 앞으로 남은 시간과 기회가 얼마나 될지모르지만 너에게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 네가 나에게 그러하듯이 너의 슝슝이도 너에게 행복이고 삶의 축복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좋은 아버지를 꿈꾸고 행복한 가정을 그렸지만 실상은 아버지와 행복한 가정에 대해서 전혀 공부하지 못했지요.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하면 자연적으로 되는 줄 알았지요. 직업과 일에 대해서는 오랜기간 공부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공부는 하지 못한것이지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하려고도 안했지요. 좋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행복한 가정은 무엇보다 먼저 배워야 할 덕목이고 과제이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딸의 행복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 아빠는 기도하지만 그보다 우선 아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말과 글로는 다 담을 수없는 아빠의 진심과 사랑도 함께 전하고자 하니 부디 글로만 아니라 행간사이에 숨어있는 아빠의 마음을 읽어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딸 윤선 ~~~
슝슝이의 잉태를 축하하고 축복해요.
하지만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달픈 것. 고난의 날들. 그러기에 서로 위로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 곁에 누군가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쯤 그 힘겨움과 고달픔은 가벼워질 것이다. 딸아, 어떠한 순간에도 네 곁에 아빠가 있고, 무엇보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그대와 함께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사랑하는 딸아. 짧은 인생길, 끝까지 우리 함께 손잡고 노래하며 가자꾸나.

슝슝이만 아니라 새롭게 이뤄진 너의 가정을 통해 복이 흘러가고 이어지길 기도한다. 그렇지만 살아가다가 정말로 힘든 날이 있거나 숨이 막힐 것 같은 날이 있거든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도 세고 뭉게구름 피어나듯 사랑도 그리고 꿈도 키워나가자. 그래도 힘들면 우리 서로 가슴으로 꼭 안아주자. 그때 사랑도 피어나고 행복도 피어나지 않을까?
2017년 9월 13일
사랑하는 딸을 가슴깊은  품에 안고 노래하며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