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소리, 듣고 싶은 소리, 들어야 할 소리
들리는 소리, 듣고 싶은 소리, 들어야 할 소리 (요1:1-4) 528장
'제임스 짐 스톡데일'이라고 하는 사람은 베트남 전쟁 당시에 미 해군 준장으로서 베트콩에게 포로로 잡혀서 수용소에서 무려 8년이란 긴 세월동안 모진 고생을 치르다 살아 남은 사람입니다. 전쟁 영웅으로 한때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었는데 그에게 그 어려운 고통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느냐고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그는 고문을 받는데 사흘간 밤낮으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운동장 한 가운데서 손을 뒤로 묶고 무릎을 꿇게 하고, 밥도 주지 않고 잠도 자지 못하게 하고 조금만 눈을 감으면 마구 때려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죽을 방법을 찾았지만 죽을 수도 없어서 아주 어렵고 절박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그때에 점심 시간이 되어서 다른 포로들이 줄지어 지나가면서 '툭툭 뚜두둑' 발소리로 암호를 보내왔습니다. '툭툭 뚜두둑'은 "May God bless you!(하나님은 당신을 축복하십니다)"하는 축복의 기도를 의미했습니다. 그것을 듣는 순간 그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통하고 있다는 느낌만 있으면 살수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와 내가 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삶의 용기가 솟아올라서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게 '툭툭 뚜두둑'은 발자국 소리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소리였습니다.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군사들로 하여금 성 주위를 6일 동안 매일 돌게 하고 제사장들에겐 양각나팔을 불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7일째 양각나팔 소리와 동시에 큰 소리를 지르도록 하였을 때, 여리고 성벽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것은 백성들의 강한 의식과 소리의 에너지를 이용한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소리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리에 떠도는 소음이든 음악이든 혹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작동하는 영혼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리는 우리에게 직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스티븐 핼펀은 [소리가 왜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가]란 그의 책에서 이제는 음악(音樂 듣고 즐거워하는)의 시대가 아니라 음약(音藥) 또는 음독(音毒)의 시대가 되었다고 선언합니다. 무슨 소리를 듣느냐에 따라 살리는 약이 되기도 하고, 죽이는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으로 것이지요. 로널드 E 밀맨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음악의 속도와 박자가 매출에 영양을 주고, 아더 제놉이란 심리학자는 '고함요법'을 만들어 소리를 크게 지속적으로 지를 경우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또한 소리의 종류에 따라 뇌와 혈액순환, 신진대사, 내장활동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처럼 소리가 사람이나 어떤 대상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확인 검증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감정이나 생각 그리고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며, 소리로 느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느낌과 소리를 전달하는 기호가 문자가 되기도 하고, 음악 등의 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즉 본질이 현상화하는 첫 단계가 소리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고, 또 세상은 소리(말씀)로 이루어졌음을 말합니다. 복음 역시 광야의 외치는 소리로 들려지고, 전파되어 수많은 역사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소리가 어떤 대상에 새로운 형태의 질서와 창조를 부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소리의 힘과 영향력은 강력합니다. 우리는 기독교학교의 일군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활동 특히 가르침은 소리와 글로 전해집니다. 우리가 감당하는 사역의 많은 부분들을 소리 없이 묵묵히 섬김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가르치는 직임을 가진 우리들 대부분은 소리를 통해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소리에는 그 사람의 성품, 일을 대하는 태도나 추진력, 감성적 취향에서부터 정신적 능력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좋은 소리, 강한 소리를 위해 훈련받아야 합니다. 소리내어 말하는 것을 즐기며, 소리내서 기도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할 수만 있으면 부르짖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소리가 우리의 영혼을 강하게 하고,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어렸을 때부터 어렵고 불우한 환경을 극복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역사가 조슈아 울프 생크는 '링컨의 우울증은 심각해서 실제로 26세 때와 32세 때는 거의 자살 직전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링컨이 이 심각한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했을 것 같습니까? 링컨은 1865년 4월 14일 워싱턴의 포드 극장에서 연극관람 도중에 암살되었습니다. 그가 암살될 당시 그의 주머니에서 몇 가지 유품이 발견되었습니다. 자수를 놓은 손수건, 시계, 몇 푼의 돈 그리고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끈 하나의 유품이 있었는데 누더기가 된 신문기사 한 장이었습니다. 그 기사는 이름 없는 한 기자가 링컨의 결단력과 그의 덕목 등을 격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링컨이 이 기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얼마나 읽고 보았는지 누더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링컨의 우울증을 치료한 것은 그를 격려하고 칭찬했던 신문 기사 한 줄이었습니다.
뉴욕의 한 거리에서 연필을 내 놓고 구걸하는 한 거지가 있었습니다. 그 앞을 지나가던 사업자가 동전을 던져주고는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더니 전시해 놓은 연필 하나를 집어 들면서 "나도 당신과 같은 상인이라 한 말씀드립니다. 어떤 물건이든 팔려면 적당한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하고는 사라졌습니다. 몇 년 후에 파티 장에서 점잖게 생긴 신사 한 명이 그 사업가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저를 몰라보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자신감을 주셨습니다. 저는 줄곧 연필을 내놓고 구걸하는 거지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상인으로 불러주셨던 그때까지 말입니다.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듣는 소리는 일생에 영향을 끼칩니다. 식물도 어떤 소리를 듣느냐에 따라 충실한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옛날 밀림 지역에서 아름드리 큰 나무를 벨 때에 사용했던 방법은 매일 그 큰 나무 곁에 가서 저주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 그 나무가 스스로 쓰러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같이 들리는 소리에 의해 너와 나, 나와 우리의 관계는 물론 성공과 실패, 좌절과 희망, 나아가 상황과 환경 그리고 인격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립니까? 우리의 자녀들이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라고 있습니까?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사는 소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들려지는 소리이거나, 듣고싶은 소리 아니면 들어야 할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소리가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렇지 뭐' 등의 부정적인 소리를 품고 산다면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에 비난과 칭찬을 비롯 수없이 많은 소리가 들리지만 분별 있게 듣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없기에 그러하고, 잘 들을 수 있어야 바로 전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우리가 관계하는 여러 사람과의 대화에서 축복하고 격려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면 분명 그 현장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기름진 열매를 맺는 떡집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들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바르게 전하고 가르쳐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꼭 들어야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를 사랑하시며 애타게 찾고 찾으시는 사랑의 소리 곧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우리가 들어야 할 소리를 바로 듣는 것이 지혜입니다. 우리가 어떤 소리를 듣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그냥 들려지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승주의 '진짜 소리'라는 시가 있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 중에/ 이 이상 더 돋보이는 말은 없다/ 시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를 넘지 못하고/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이에 미치지 못하고/ 음악이 아무리 오묘해도 이보다 더 좋은 소릴 못 낸다/ -중략-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당신이 최고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짜 소리는 사람을 세우고, 희망을 심어주며, 생명을 살리는 소리입니다. 그것은 격려와 칭찬으로 때론 기도와 감사와 찬송으로, 때로는 축복으로, 아멘이나 추임새로 그리고 응원의 소리로, 가끔은 훈계와 책망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참으로 생명을 살리는 소리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하늘의 소리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복음(福音, Good News)이라 부릅니다. 원컨대 이 생명의 소리가 우리와 함께 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주님처럼 기도하는 가운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며, 내가 기뻐하는 아들이다"(눅3:22)는 하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9년 9월 7일 교직원예배: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