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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야 산다

물음표와 느낌표 2009. 6. 29. 11:06

울어야 산다 (히5:7) 363장

 

 

  사람은 태어날 때 울음으로 시작하고, 눈물 속에 살다가, 통곡소리와 함께 세상을 떠납니다. 그것은 눈물 없는 인생은 없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눈물은 약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없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만 흘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웃음은 기쁨과 건강을 상징하지만, 눈물은 슬픔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웃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억지로 웃게 만드는 '웃음 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잘 우는 것도 웃는 것만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웃음이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처럼 울음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더욱 결정적인 순간은 오히려 웃음보다 눈물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이 그러했듯 망나니 자식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낙심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눈물인 까닭입니다. 또, 웃음은 오래 웃어봐야 30분을 넘기기 어렵지만 30분 이상 우는 사람은 많습니다. 혹 30분 이상 실실 웃으면 십중팔구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게 뻔합니다. 그래서 [울어야 삽니다]란 책의 저자인 이병욱 박사는 "웃음이 가랑비라면 울음은 소나기요, 웃음이 파도라면 울음은 해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거나 감춰둔 상처들을 완전히 끌어올린 한번의 눈물은 영혼까지 정화시키고 감정을 순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학자들은 눈물을 '신이 인간에게 준 치유의 물'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럼에도 울지 않습니다. 아니 심지어 우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더구나 저처럼 건장하게 생긴 사람이 울면 사내답지 못하고 청승맞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권위적이고 무미건조한 사람일수록 잘 울지 않는다고 이병욱 박사는 말합니다. 실학파 박지원은 [열하일기]의 한 수필에서 남자가 우는 것은 당연함을 역설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대하고 감동 끝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런 감정의 넘침이라 하였습니다. 눈물은 부끄럽지도 약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이미 겪어보았듯이 진정으로 강한 것은 사랑의 눈물입니다. 눈물이 메마르면 가슴이 움직이지 않고, 생명이 없습니다. 사막의 가시는 원래 잎사귀이지만 메마름이 가시로 만든 것입니다. 그처럼 메마름은 가시를 만들어 나를 찌르고, 남을 찌르는 재앙이 됩니다. 씨뿌리는 비유에서 바위에 떨어진 씨가 죽은 것은 '습기' 곧 눈물이 없었기 때문(눅8:6)이고, 가시나무가 되는 것도 결국은 메마름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 밭에 뿌려지는 믿음 소망 사랑의 씨앗들도 감동 받고 눈물을 흘려야 옥토 밭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메마름으로 살면 마음이 바위됩니다. 그러기에 눈물은 곧 생명입니다. 하나님은 깨진 마음을 원하시고, 습기의 회복, 눈물의 회복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멕시코 지역에 '아나브랩스'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 물고기는 눈이 4개인 것이 특징인데, 눈 2개는 물 속에 있고, 다른 2개는 물 밖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밖에 있는 눈으로는 곤충을 잡아먹고, 물 속에 있는 눈으로는 물 속 공격을 방지합니다.(통안어? 서울신문 나우뉴스 09.1.8) 그런데 물 바깥의 눈은 눈물샘이 없어서 오랜 시간 물 밖에 있으면 눈이 메말라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아나브랩스'는 주기적으로 한 번씩 깊이 물 속에 잠겨 메마른 눈을 충분히 적시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충분히 적셔진 눈은 다시금 잃었던 시력을 회복합니다. 우리 인생도 '아나브랩스'와 같습니다. 촉촉해져야 보이고, 촉촉해져야 일을 하고, 촉촉해져야 열매가 맺힙니다. 메마른 눈으로 바라보니까, 세상이 안보이고, 미래가 안보이고, 이웃이 안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기적으로 한번씩 기도의 샘에, 통곡의 샘에 잠겨야 합니다. 잘 보지 못하던 사람들도 고난을 통해 눈물의 골짜기를 건너면 그의 눈이 눈물로 충분히 촉촉하게 적셔져서 비로소 찾지 못했던 피할 길이 보이고, 막막하던 상황에서 살 길이 보입니다.(전병욱 '울어야 산다'중에서) 우리가 자주 먹는 미역도 마른 미역 상태로는 먹기도 힘들뿐 아니라 양도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에 집어넣고 불리면 연해지고 부드러워지는 것만 아니라, 그 양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도 우리 마음 상태가 미역처럼 말라있으면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앙의 물이 오르고 기도의 눈물에 적셔지면 풍성해지고 충만해집니다.

 

                             (출처 : 서울신문 나우뉴스 2009년 1월8일자 눈 넷달린 물고기)   

 

  이제 울어야 합니다. 울어야 살기 때문입니다. '다이애나 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1997년 8월,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자 영국 국민들은 비탄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 한동안 영국의 정신병원과 심리상담소에 우울증 환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조사결과 다이애나의 장례식 때 실컷 울었기 때문임이 밝혀졌는데, 이를 '다이애나 효과'라고 부릅니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건강한 사람과 위궤양이 있는 남녀 137명을 나눠 조사했더니 위궤양 환자보다 건강한 사람들이 우는 것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필요한 경우 더 잘 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슬퍼도 울음을 참는 사람이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위궤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동맥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우는 사람보다 소리를 내서 엉엉 우는 사람의 심장마비 발병률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눈물은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고, 글로불린G 같은 항체가 증가되어 암세포를 억제하고, 병원균이 인체 세포에 접합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시키며, 소화기계도 원활하게 움직여서 소화력이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특히 목놓아 울게 되면 복근과 장이 운동을 시작하여 그 기능이 좋아지고, 나아가 오장육부는 물론이고 영혼을 뒤흔드는 눈물일수록 치료효과가 크다고 합니다.(이병욱 '울어야 삽니다') 하지만 반대로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대신 운다'고 영국의 정신과의사 헨리 모슬리는 말합니다. 미국 여성들은 한 달 평균 5.3회 우는 반면, 남자는 1.4회 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의 평균수명이 더 짧은 이유 중 하나가 여자보다 덜 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의 핵심은 '통곡과 눈물'(히5:7)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리고 예루살렘 성을 보고 우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울지 않을 것을 인하여 울고, 울어야 할 것을 인하여 울지 않는, 눈물이 왜곡된 시대입니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선지자는 민족의 아픔과 죄로 사무친 백성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 가는 민족의 쇠운을 보고, 가슴을 치며 울며 "저는 우리 민족의 죄인이올시다. 하나님께서 이 민족을 사랑하여 주셨는데, 이 민족을 위하여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저는 죄인이올시다."라고 울며 기도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종교 개혁가 존 낙스는 "하나님이여 내 조국을 내게 주시지 않으시려면, 차라리 내 생명을 거두어 가소서."라고 눈물로 기도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골고다 길에서 여인들이 뒤따르며 울자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눅23:28)고 하셨습니다. 히스기야는 죽을병에 걸렸을 때, 눈물로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사38:5)고 응답하시며 생명을 연장시켜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쁨 가운데 거하며 살기 원하지만, 우리의 눈물을 보시고, 기도를 들으시는 분입니다.(시126:5-6)

 

   

  울면 무너진 신앙과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눈물이 있어야, 회개가 있어야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눈물은 절망과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이 살아나는 하늘 공식이며, 희망입니다. 눈물은 하늘을 보게 하는 천국렌즈이며, 인간 됨의 표현입니다. 눈물은 가난과 슬픔으로 지친 이들의 아픔을 씻어냅니다. 눈물로 써내려 간 기도만이 마침내 하늘에 닿습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만이 땀과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땀과 눈물이 있어야 기적도 꽃피울 수 있습니다. 눈물은 아픔과 고통을 씻어주고, 땀은 게으름과 나태를 씻어줍니다. 그래서 땀과 눈물보다 위대한 영혼의 창은 없습니다. 지금은 나라와 민족은 물론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도 울어야 할 때입니다. 지도자들이 울고, 가장이 울어야 병든 사회가 살아납니다. 진정 나를 위해 눈물 흘려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사회가 메마르니 사람들이 살 희망을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떤 죽음도 울어주는 눈물이 있으면 살아납니다. 눈물샘이 터지면 사막도 비옥해집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마지막에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이미 삶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울 수 있음은 희망입니다. 바라기는 기도하는 우리들의 눈물 프리즘 속에서 아름다운 영혼무지개가 수없이 피어나, 이 나라와 민족 그리고 우리 학교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가 희망과 미소 꽃으로 풍성해지길 소망합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9년 6월 29일 교직원예배: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