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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한 마디 1

물음표와 느낌표 2008. 10. 27. 14:33

 

 

 

그 말 한마디 ① (잠언 25:11)  235장
 

  여러분, 사람은 어디를 잡아야 꼼짝하지 못할까요? 토끼는 귀를 잡으면 꼼짝 못하고, 고양이는 목덜미를 잡으면 꼼짝 못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허리를 잡아도 팔을 잡아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살랑이는 봄바람에도 흔들리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만 사람은 힘으로 잡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생 때 자주 부른 노래 중 "바람 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그 여인의 마지막 그 말 한마디 생각하며 웃음 짓네"란 가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기에 웃음을 지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합니다.

 

 

 

  대체로 청각은 시각보다 감성적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에 호소하는 힘이 크고, 때로는 영적이며 계시적인 힘을 지니기도 합니다. 신자가 아니면서도 성가를 들으면 좋아하고, 독경소리가 좋아서 출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만큼 소리는 종교적입니다. 그래서 파바로티의 패기에 찬 목소리를 좋아하고, 휘트니 휴스턴이나 조수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열광하며 가수들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저도 케니지의 색소폰 소리를 듣고 애수에 빠져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물며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듣는 위로와 칭찬과 격려의 말은 어떠하겠습니까?

 

 

  거구의 장수 골리앗을 무너뜨린 것은 소년 다윗이 던진 작은 물맷돌이었습니다. 그 어떤 장수도, 그 어떤 무기로도 당해낼 수 없었던 골리앗이 한 소년이 양을 치며 사나운 짐승을 쫓을 때 썼던 물맷돌에 맞아 쓰러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거나 세우는 일은 그렇게 아주 작은 것들입니다. 아주 작은 비난을 견디지 못해 무너질 때도 있고, 아주 작은 아첨에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삼손을 넘어뜨린 것도 여인의 달콤한 말 한마디였고,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이 낫게 된 것도 작은 계집종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말 한마디'입니다. 거미는 자기 몸에서 나오는 실로 사냥하며 살고, 누에는 자기 입에서 나오는 실로 집을 짓고 살며. 사람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로 인생을 건설합니다.

 

 

  똑같은 상황에 처한 두 소년에게 보인 각각 다른 반응이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느 시골의 작은 성당에 신부를 돕는 나이 어린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열심히 성찬용 포도주를 옮기는 도중 그만 실수로 성찬용 포도주를 담은 그릇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순간, 신부는 화가 나서 그 소년의 뺨을 때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서 나가지 못해. 그까짓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제라면 다시는 제단 앞에 얼씬거리지도 말아라.” 소년은 뛰쳐나갔고 그 후 일평생 성당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신론자가 되어 공산국가의 대통령이 되었는데 바로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입니다. 반대로 또 다른 성당에서 똑같은 심부름을 하던 소년이 있었는데 그도 역시 실수로 성찬용 포도주를 땅바닥에 쏟게 되었지만 신부는 사랑스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라. 넌 앞으로 훌륭한 신부가 되겠구나. 나도 너처럼 어린 시절 포도주를 실수로 쏟은 적이 있단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신부가 되었잖니?” 소년은 자라서 훌륭한 신부가 되었는데 그는 바로 풀톤 대주교입니다. 말 한마디의 위력, 그것은 사람의 일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가 피곤함을 씻어주고,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가 새 힘을 얻게 하며,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부담을 덜어주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무한한 행복을 느끼고,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에 힘든 줄 모르고, '잘한다'는 말 한마디에 어깨가 으쓱해지고, '네 생각은 어때'라는 말에 자존감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말 한마디에 자부심이 생깁니다. 이처럼 우리의 세심한 말 한마디가 상처를 없애주고,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마음의 문 열게 하고, 은혜스러운 말 한마디가 하는 일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작게만 보이는 누군가의 용기와 위로와 격려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칭찬과 격려가 행복을 만들어 갑니다.   

 

 
  아침을 알리는데 새 한마리면 충분하고, 말 한마디면 죽어가는 영혼도 살려낼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마디, 한가지, 하나. 하나에 인생의 모든 해답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정한 말 한마디의 기도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들을 반기는 미소와 따뜻한 격려는 신선한 봄날 아침의 햇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름다운 꽃으로 물들게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들려주고 싶은 그 말 한마디는 무엇입니까?  (2006년 4월 24일 교직원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