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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page turner)

물음표와 느낌표 2008. 6. 2. 16:36

페이지 터너 (행9:26-27) 393장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스포츠 팀에는 코치가 있습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코치 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자기보다 실력이 못한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까 싶지만 가장 뛰어난 골퍼 타이거우즈, 테니스의 안드레 애거시, 농구의 마이클 조던 등 당시 최고의 실력을 소유한 그들에게도 코치는 있었습니다. 실력으로 그리고 나이와 경험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말해줍니다. 오히려 우리가 성숙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음악회에서 종종 피아니스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페이지 터너(page turner)'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입니다.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호로비츠의 말처럼 페이지 터너는 복잡하고 어려운 연주에서 특히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그런데 페이지 터너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이 있다고 합니다. 화려한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해서도 안되고, 연주자를 건드려서도 안되고,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서도 안됩니다. 또한 악보를 너무 빠르게 넘기거나, 너무 늦게 넘기면 연주의 흐름을 끊어 연주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언제나 연주자 다음에 무대에 올라야 하고, 연주가 끝난 후 우렁찬 박수갈채가 쏟아질 때도 의자에 앉아 연주자들을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 터너'란 영화를 감독한 드니 데르쿠르는 '페이지 터너의 역할은 일종의 자기소멸'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객석에 앉아 느긋이 연주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그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없는 무대 위의 또 다른 연주자, 드러나진 않지만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 페이지 터너입니다.

 

  한 음악가가 유서 깊은 성당에서 연주회를 할 때였습니다. 휴식시간이 되어 오르간 뒤편으로 갔을 때 거대한 오르간에 공기를 넣기 위해 펌프질을 하던 한 늙은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물고는 "우리의 연주회가 정말 대단하지요, 그렇지 않나요?"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오르간 연주자는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허드렛일을 하는 그가 연주자인 자신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서려 하는 것이 못마땅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노인장, 우리라니 그 말이 무슨 말이오? 연주하는 사람은 나란 말이오!" 휴식을 마친 뒤 무대로 나간 연주자가 힘껏 오르간을 쳤을 때 아무 소리도 나지를 않았습니다. 당황하여 오르간 뒤로 달려갔더니 펌프질을 하던 노인은 여전히 담배만을 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연주자는 노인을 보고 말했습니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이 연주회는 우리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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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나 영향력이 큰 스타와 영웅은 필요합니다. 그것은 제대로 된 리더 한 사람은 수많은 사람을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스타와 영웅 같은 리더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키워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스타는 빛나지만, 그를 키우는 사람은 빛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스타를 키우는 사회가 건강하고 희망이 있습니다. 바나바는 착하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으로 좋은 코치이자 멘토였습니다. 그는 사울이 두려워 가까이하지 않는 제자들에게 기꺼이 변호해주고(행9:26), 안디옥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사역하고(행11:26), 선교사로 파송받아 이번에는 도리어 사울을 돕는 조력자가 되고(행13:46), 15장 이후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지만 그는 사울을 바울이란 스타로 키워낸 좋은 일군이었습니다. 바나바란 좋은 코치가 있었기에 위대한 사도 바울이 탄생한 것입니다. 스타는 코치가 키웁니다. 코치가 많은 사회, 코치로 살려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성숙한 사회입니다.

 

 

  우리 가르치는 교사는 코치입니다. 코치의 어원은 마차(Coach)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는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가고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마부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마차가 목적지에 잘 도착하도록 돕는 마부입니다. 하지만 마부는 자기 맘대로 마차를 몰아가지 않습니다.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꼭 가야하는 사명을 깨닫게 해주거나, 어느 길이 바른 길이지 알려줍니다. 그러기 위해 마부는 마차의 상태는 물론 마차에 탄 사람들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코치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속에 하나님의 형상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잠재력이 있음을 믿고,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페이지 터너처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진정한 스타와 영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런데 스타와 영웅은 바로 우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아이들입니다. 그들 중에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과학자와 예술가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내면의 잠재력과 은사를 끄집어내어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도와주는 코치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코치는 아이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함께 뒹굴고 어울리기도 하면서 변화와 성장을 체험합니다. 나아가 그들의 아픈 마음을 공감하면서 영혼의 울부짖음에도 귀를 기울일 뿐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코치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길 때, 서로의 마음속에 각각의 별이 뜨는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의 삶은 아름다움으로 일렁이게 될 것입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8년 6월 2일 교직원예배: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