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다음엔
누가12:16-20 그리고 그 다음엔? 433장
다리가 불편한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릅니다. 나약한 아들이 늘 안타까웠던 아버지가 처음 하는 산행입니다. 그것은 누가 보기에도 험난한 여정입니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마다 아들은 넘어지고 깨지고 돌부리에 채여 피가 나기도 했지만 산을 오르며 만나게 된 사람들의 격려로, 또 아버지가 내민 손을 잡으며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힘을 내라,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 "예, 아버지…" 헉헉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이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아들은 차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더디고 힘든 길입니다. 몇 걸음 가다 물 마시고, 몇 걸음 가다 땀을 식히고… 그러는 사이 모두가 부자를 앞질러 갔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해가 저물어 갈 무렵에서야 부자는 정상이 코앞에 보이는 곳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정상입니다. 기쁨에 들뜬 아들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아버지가 그를 가로막았습니다. "자, 이제 그만 내려가자." "네? 꼭대기가 바로 저긴데… 내려가자구요?" 아버지는 땀으로 범벅이 된 아들의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주며 지금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우리는 산에 오르기 위해서 왔지 정상을 밟으려고 온 건 아니다. 네가 지금 정상에 서면 다시는 이렇게 힘든 산을 오르려고 하지 않을 게 아니냐?" 아버지의 말을 다 듣고 난 아들은 말없이 산을 내려 왔습니다.
왜, 등산을 하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서라고 대답한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산이 있는 것은 오르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오르는 것만 가지고는 삶의 기쁨과 보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오르고자 하는 산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삶의 방향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오르지 못할 산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산들이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 의해 정복되었듯이,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면 우리 모두의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정상을 정복하는 것, 꿈을 이루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그것은 꿈은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침편지로 잘 알려진 고도원님은 '꿈 너머 꿈'을 이야기하며 "꿈이 있으면 행복해지고 '꿈 너머 꿈'이 있으면 위대해진다."고 그의 책 [꿈 너머 꿈]에서 말합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꿈 너머 꿈'이란 무엇이 되느냐를 넘어 무엇이 된 후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꿈 또는 정상정복 이후를 묻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고학생이 학비를 변통하려고 돈 많은 부자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 "학생은 졸업하면 뭘 할 생각인가?" 할머니가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변호사가 되어서 힘없는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좋아, 그 다음엔?" "음, 사업을 해서 할머니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래? 그 다음엔?" 학생은 평소 점찍어둔 아가씨와 결혼할 계획이고 그 다음엔 아이들을 낳아서 행복하게 살거라고 했습니다. 할머니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할머니, 그만 하세요. 그냥 살다가 늙으면 죽겠죠." "그럼 그 다음엔?" "죽으면 끝이지 그 다음이 어디 있어요?" 학생은 참다못해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자네같이 인생의 끝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녀석에겐 난 절대 돈을 꿔줄 수 없네." 이 말을 들은 학생은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내 삶의 종착점이 고작 늙어 죽는 것이라면 허탈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이 학생은 훗날 크게 성공해서 대학을 세우고 그 현관문에 다음과 같은 팻말을 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After that, what?)"
정말 매일 출근하는 학교나 회사가 그저 밥벌이의 수단일 뿐이라면?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공부해서 돈을 벌거나 성공하는 게 전부라면?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꿈을 이루어도 희망이 없고,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니 이래도 저래도 어느 순간 인생의 허무에 부딪치고 방황하게 될 것이 뻔한 일입니다. 혹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게 인생의 목적이고 그게 꿈이라면 과연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삶의 보람은 무엇일까요? 또한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그 다음엔?'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우리의 '꿈 너머 꿈' Next Vision은 무엇입니까?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7년 12월 3일 교직원예배:윤삼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