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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목사의 똥꼬 이야기

물음표와 느낌표 2007. 3. 13. 16:23

 

어느 날 몸에 있는 여러 지체들 사이에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각자가 몸 안에서 맡은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기가 없으면 몸이 어떻게 힘들어지는가를 열심히 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논쟁의 불똥이 똥꼬 쪽으로 튀었습니다. 똥꼬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몸 안의 여러 지체들이 너나없이 나서서 똥꼬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늘진 곳에 숨어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둥, 더럽고 추하다는 둥,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는 둥, 모양새도 우습다는 둥,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나오며 똥꼬를 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아주 흉물스런 기관으로 몰아붙였습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똥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자기들은 아주 손쉽게 예쁘고 고상하고 아름답고 멋진 기관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며 치사하게 자기의 의로움을 얻어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사타구니와 양쪽 엉덩이 사이에 조용히 자리잡고 앉아 다른 지체들의 손가락질과 낯뜨거운 욕설을 말없이 듣고만 있던 똥꼬도 차츰 약이 오르고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는 햇볕을 보기 싫어 안 보나 하는 생각도 들고 누구는 냄새 풍기고 싶어서 구린내를 풍기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무슨 수를 써도 그 흐름을 쉽게 뒤엎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한숨만 푹푹 쉬던 똥꼬가 마침내 야무진 결심을 했습니다. 변변히 항변할 만한 무슨 힘도 용기도 없어서 그냥 자신이 하는 일을 조용히 그만 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 날부터 똥꼬는 입을 꽉 다물고 위에서 밀려 내려오는 똥을 한 방울도 밖으로 내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에서 내리 누르는 배설물의 무게와 압력이 거세어졌지만 한 번 결심하고 마음먹은 대로 끝끝내 똥꼬를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똥꼬가 문을 닫고 배설물을 내보내는 일을 거부한 뒤로 여러 날이 흘렀습니다. 그러자 몸 전체에 참으로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똥을 내보내지 못하는 바람에 몸 속 구석구석에 똥독이 올라 피부 곳곳에 뾰루지가 돋고,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렵고, 식욕도 떨어지고, 밤이 되어도 고통과 괴로움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거의 모든 기관들이 힘이 빠져 흐느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참다 참다못해 똥꼬를 욕하던 여러 기관들이 함께 모여 뜻을 모아 똥꼬에게 백배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 끝에 다시 똥을 무난하게 쌀 수 있었고 비로소 몸 전체가 시원함을 맛보고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합니다.

 

  사람이 병들어 죽을 때, 몸의 모든 기관이 다 병들어 죽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지체 가운데 한 곳만 고장이 나도 몸 전체의 생명이 끝난다는 것 우리가 다 아는 상식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는 사람의 몸과 같습니다. 한 곳만 고장나고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도 치명적인 결과가 올 수 있으므로, 작고 못나 보이는 지체일수록 더 소중히 보듬고 감싸안아야만 할 분명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작고 초라한 것들이 없으면 크고 빛나는 것들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07. 03. 08.)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