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4:9-12) 혼자 밥 먹지 마라 305장
키이스 페라지의『혼자 밥 먹지 마라』는 책이 있습니다. 가난한 한 소년이 CEO로 자리 잡기까지 맺어왔던 인간관계를 축으로 인생에 힘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생생한 경험담을 기록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혼자 밥 먹지 마라는 것은 결코 사회성이나 인간관계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눌수록 커지는 파이의 힘 그리고 함께 하는 기쁨과 협력의 관계, 나아가 신뢰와 관용을 가지라는 의미로 저는 이해합니다.
먹는 것 가지고 이야기하면 유치해 보이지만, 먹는 일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인류가 태어나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것도 굶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그것이 희망이요 미래이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밥을 같이 먹는다라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대를 자신의 영역에 받아들이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식구라고 하고, 연인들도 밥 한끼 같이 하는 것으로 친밀감을 갖게 됩니다. 김지하 시인은 '밥은 하늘'이라고 노래하며 하늘을 혼자서 독점할 수 없듯이 밥도 나누어 먹어야 하고, 밥을 함께 나눌 상대가 없는 사람은 참 고독하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함께 하며 하루의 즐거웠던 일, 어려웠던 일들을 서로 나누고 북돋아 주고 위로해주는 정신적 교통과 교감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식사를 함께 하는 것에서 특별한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박노해 시인은 밥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입 속으로 따뜻한 밥이 들어가는 모양새를 '맛나게' 지켜보며 그 날의 고단함을 녹여내는 것이 바로 혁명이라고 이렇게 노래합니다.
함께 밥을 먹고 싶어/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한 밥상에 둘러앉아서/ 사는 게 별거야/ 혁명이 별난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늘 땅에 떳떳이/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먹는 거지/ 나 생을 바쳐 얼마나 열망해왔어/ 온 지상의 식구들이 아무나 차별 없이/ 한 밥상에 둘러앉은 평화로운 세상을/ 아 함께 밥 먹고 싶어! (박노해 '한 밥상에'『사람만이 희망이다』중에서)
사람은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저 만났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으로, 아니면 함께 근무하고 일한다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합니다. 여기에 함께 밥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만남의 비밀은 나에게 알맞은 사람을 찾는데 있지 않고 내가 누군가에게 알맞은 짝이 되는데 있습니다. 행복의 비밀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짝이 되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고 기쁨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실천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먼저하고, 미소짓고, 칭찬합시다. 둘째, 한곳 이상의 섬김과 봉사의 현장을 가집시다. 이익을 추구하는 곳에는 항상 사람이 넘쳐 납니다. 그러나 섬기고 봉사하는 곳에는 모자람이 많습니다. 우리의 넉넉한 마음과 가슴으로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 때 또 하나의 기쁨이 나타나면서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셋째, 어렵고 힘들어하는 분들을 찾아가 먼저 밥 먹자고 초청하고 또 초대받는 일이 많아야 합니다. 넷째, 만남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아는 사람들은 사회적 힘의 근원이며,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의 영향력과 힘도 커지고 가속도가 붙어 효율성이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한번으로 스치는 만남이 되지 않도록 사람을 찾아가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이 내 밥상에 찾아오도록 사람 냄새를 풍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미 예수 안에서 한 가족임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밥만 아니라 영의 양식인 생명의 말씀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를 만나서 무엇으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결과와 그 가치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혼자 밥 먹지 마라'는 것은 만남을 소중하게 여길 뿐 아니라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교제를 통해 나 아닌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관용을 베풀며 협력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본은 함께 밥을 나누는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최근에 동료와 같이 식사한 적이 있습니까? '언제 차나 한잔합시다'(밥이나 한번 먹읍시다) 하고 말 인사로만 끝나버리지는 않았습니까? 혹 하더라도 내가 얻을 반사 이익 때문은 아니었습니까? 나는 진정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더불어 살고자 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았으면 합니다. 아울러 '나는 과연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6년 12월 4일 교직원예배 : 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