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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고 싶습니다

물음표와 느낌표 2006. 12. 3. 20:45

 선물을 받고 싶습니다

 

 

  12월이 오면 기다리는 것이 있습니다. 하얀 눈이 포근하게 펄펄 내리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탓인지 저는 성탄의 계절과 함께 선물을 기다립니다. 누구나 선물은 좋아합니다. 그리고 선물을 갈망합니다. 선물 자체는 평범할지 모르나 선물을 받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사랑을 갈망하는지도 모릅니다. 선물 중에 가장 고귀한 선물은 선물을 주는 마음 그리고 선물을 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랑하고 기대하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선물을 준 사람입니다.

 

 

  1141년, 중세시대 독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바바리아 제국은 스와비아 제국에 의해 완전히 포위 당해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바리아 제국의 울프 공작과 그의 신하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적에게 내 맡겨야만 하는 비참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때 바바리아 제국의 아내들은 스와비아 제국의 콘라드 왕에게 메시지를 보내 성안에 있는 모든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성을 떠날 때 두 팔로 안고 갈 만큼은 자신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갖고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인들의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마침내 성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여인들이 먼저 성을 걸어 나왔습니다. 여인들이 두 팔에 안고 나온,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여인들은 금이나 은, 혹은 보석을 안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인들은 각자 온힘을 다해 두 팔로 자기의 남편을 안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승리한 적의 손길로부터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콘라드 왕은 그 뜻밖의 모습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합니다. 콘라드는 그 자리에서 여인들에게 그들 남편의 완벽한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 모두를 연회에 초청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바바리아 군주와 평화협약을 맺었습니다. 그 성은 그 후 '여인들의 헌신'이라 불려지게 되었답니다. 내가 두 팔로 안을 수 있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과연 무엇일지요?

 

 

   선물을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사실 없습니다. 사랑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이 선물입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가수가 오랜 해외 순회공연을 마치고 귀국하여 독창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많은 팬들은 그의 금의환향을 반가워하며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청중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이 기다리는 가수가 비행기가 연착되어 좀 늦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신에 촉망받는 신인 가수 한 분이 나와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나왔습니다. 청중들은 고대하던 가수가 어쩌면 아주 못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장내는 아쉬움과 배신감으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잠시 후 신인 가수가 무대에 나와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노래가 끝난 후에도 박수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극장의 2층 출입구에서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빠, 정말 최고였어요!" 이 소리를 들은 신인 가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조명에 비친 그의 눈에는 그렁그렁 고인 눈물이 반짝였고, 얼마쯤 지났을까 얼음처럼 차가웠던 청중들의 얼굴에도 따스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그는 바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입니다.

 

 

  가슴속까지 아릿하게 하는 시린 바람이 코끝을 스치지만 성탄절이 있어 그리 춥지만은 않습니다. 성탄과 선물의 계절 12월,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진심으로 보내는 격려와 용기를 주는 박수갈채의 선물인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정명가족 여러분! 이번 성탄 선물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오셨듯이, 바바리아 제국의 여인들과 파바로티의 아들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우리 스스로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로 다가가면 어떨까요?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입니다"(전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