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4:14-16) 풀무학교와 우리학교 278장
홍순명씨의 [풀무학교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충남 홍성에 있는 작은 학교인 풀무학교의 역사와 교육, 그리고 그 학생들과 학부모, 지역의 이야기입니다. 풀무학교는 1958년 이찬갑, 주옥로 두 분 선생이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전교생이 80명 남짓한 학교에 교사와 강사는 21명이나 되고, 전교생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학생들은 인문 교양뿐 아니라, 실제로 논밭에 나가 일을 하고 종교를 통해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소위 요즘 뜨는 대안학교입니다. 그러나 이 학교는 크게 알려진 것도 아니고, 서울의 유명한 대학교에 합격자를 많이 낸 것도 아닌, 시골의 조그만 농업전문 대안고등학교인데 들어가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풀무학교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정평이 나있는 거창고를 비롯하여 영산 성지고, 간디 학교, 두레자연학교 등의 시골 학교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설립당시의 정신과 교육을 지켜왔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어렵고 환경이 바뀌어도 결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학교의 정신과 교육철학을 지켜왔기에 많은 학생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교가 된 것입니다. 둘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는 교사나 학부모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고 또 여럿이 함께 해야만 공부하는 방법과 그 즐거움을 알고, 평생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셋째, 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른바 이론과 현장, 신앙과 학문의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공동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 그리고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회의 방식을 통해 민주정신과 의사 소통의 방법을 배우고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합니다. 그러기에 경쟁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다섯째, 사랑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하는 가치 지향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정된 틀에 의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공부는 물론 여러 활동을 자기 능력에 맞게, 자유롭게 하는 다양성이 인정되어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은사이고, 달란트이고, 축복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자아는 물론 자신들의 삶과 목적과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끝까지 기다려주고 믿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학교들은 아직도 실험 중이어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면이 있을 수 있고, 게다가 부적응 학생들이 대부분인 그들을 선생이 믿어주고, 부모가 참아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투철한 믿음과 열성으로 사제동행(師弟同行)하는 좋은 교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거창고의 전영창, 풀무학교의 이찬갑, 간디학교의 양희규 같은 헌신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교사가 있었기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매를 거둘 수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물론 대안학교가 말 그대로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제도권의 교육을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디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세우신 우리학교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학교가 될 것인가? 함께 고민 해보자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교육제도의 변천과 입시경쟁의 파고로 초창기의 민족교육과 신앙교육 등의 전인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위축되고 있지만 100년 넘도록 지켜온 정신은 지금도 학교 곳곳에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이곳에 부르신 것은 겨우 명맥을 이어가기 위함이 아니라, [풀무학교 이야기]처럼 어쩌면 우리와 우리학교를 통해 '하나님의 이야기'가 읽혀지기 원함인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하나님과의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있고, 보다 충실한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학교가 되도록 꿈꿔야 합니다. 우리 학교의 곳곳에서 찬송과 기도소리가 끊이지 아니하고, 누구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축복해주는 학교가 되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래서 '정명동산 이야기'만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 이야기'도 출판되면 좋겠습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6년 10월 30일 교직원예배 : 윤삼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