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교회 중등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20)
샬롬!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가 요란합니다. 들판의 누렇게 익은 보리는 농부의 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절은 여름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창문을 활짝 엽니다. 햇살은 곱게 세상을 향해 부서지고 있고 산들바람은 하얗게 핀 아카시아 향기를 그윽하게 전해줍니다. 오늘도 새벽하늘은 여전히 희망에 부풀어 있고 또 하루를 맞이하는 겸손함으로 동쪽 하늘을 응시합니다. 혼돈 속의 세상이 때로는 야속할 때도 있지만 기다림이 더욱 짙어지는 소망도 있습니다. 녹음이 무성해 가는 6월은 만물을 성하게 하는 달입니다. 그래서 성하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성하(盛夏)의 계절을 딛고 서면 무수한 상념들을 녹여버릴 폭염이 우리들을 가둬놓고 정점을 향해가라고 등을 떠밀 것입니다. 하지만 곧게 뻗은 나무처럼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내 마음의 평화처럼 쉼터의 자리로 그대가 서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햇살 한줌, 바람 한 모금 날마다 마시고 초록처럼 맑은 마음으로 하늘을 닮아 사랑하고 품어주어, 퍼 주어도 고이고 또 고여지는 깊은 산골 샘물처럼 마르지 않는 생수로 가득 넘쳐나는 축복의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바라기는 사랑하는 복음가족들도 6월의 역동성을 가슴에 담고 열정적인 삶을 통해 오래 전부터 꿈꾸어오던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5월 17일부터 26일은 선생님들의 기도와 사랑덕분에 러시아에 잘 다녀왔습니다. 처음은 모스크바 장로회신학대학의 강의를 위해 출국하였으나 일정이 예정보다 1주일 늦어지는 바람에 졸업식과 방학이 시작되어 강의보다는 개척교회 사역현장에 더 치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34시간이 걸리는 베레즈니키(자작나무라는 뜻)라는 인구 20만 정도의 작은 소도시에서 거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붉은 광장과 정교회로 대변되는 러시아에 대한 첫인상은 유럽풍의 건물과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숲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민들레, 뽐내듯 피어있는 튤립의 나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푸른 잔디 위에 민들레 노란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곽재구 시인은 "파,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그 많은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하고 노래했는데 이제 보니 모두 러시아에 정착하여 작고 소박한 몸짓으로 민들레는 봄의 문을 죄다 열어 제친 채 속마음을 여한없이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러시아는 민들레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기도 드립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처럼 복음의 종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옛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으라고...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야 했기에 러시아의 문화를 만끽할 수는 없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시킨 그리고 톨스토이의 문학, 그리고 볼쇼이 극장으로 대변되는 음악의 명성과 과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도 말로만 들었으며, 러시아 예술의 보고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는 가보지도 못했으니 러시아에 대해 말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셈입니다. 이런 저의 아쉬움을 아셨는지 마지막 날 저녁에는 오페레타를 감상할 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우선 웅장한 극장과 화려한 의상을 갖춘 엄청난 인원의 출연진에 놀랐으며, 이어지는 노래와 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모든 피로와 아쉬움을 한순간에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자리에 함께 한 것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그 감동으로 가슴이 뛰는 것만 같습니다. 저의 이런 감동이 영혼의 울림으로 여러분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에 악기를 조율하듯이 저도 저의 영혼을 조율해 봅니다. 잘못된 음을 조이고 말리고 갈고 풀고 먼지를 닦아내며 그렇게 저의 영혼을 조율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피아노와 악기처럼 아주 맑고 밝고 향긋한 소리로 여러분을 감동시키고 싶습니다. 심금을 울리고 감성에 호소하는 섬세한 첼로의 음색이 귀로 들어와 가슴을 거쳐 영혼 깊숙이 자리하는 것처럼 저의 생활과 메시지가 그렇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천하를 놓고 대립하던 유방(劉邦 BC247?~BC195)이 천하를 통일하고 한 말은 이렇습니다. "나는 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 장량, 소하, 한신만 못하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얻어 그들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하도록 해주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리더가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애쓰는 것과 구성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리더가 모든 일을 직접 도맡아 하려고 한다면 효율적으로 일을 해낼 수 없을뿐더러 본인도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더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좀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Together Day'의 비전과 미션을 이루기 위해서는 복음중등부의 리더이며 구성원인 여러분이 먼저 감동을 받고 신나야 합니다. 감동을 주는 복음중등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경건한 삶도 필요하지만 더불어 활력이 넘치는 따뜻함을 요구합니다. 세상에는 가르침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보다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종교적이고 가르치려는 자세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게 합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 옆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경건한 삶이나 심각함이 아니라 따뜻함에서 나오는 감동과 재미입니다.
심리학에 '제임스-랑게' 이론이 있습니다. 이것은 슬퍼서 울고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우니까 슬퍼지고, 도망가니까 무서워지고, 웃으니까 즐거워진다는 이론입니다. 존 C. 맥스웰의「성공의 즐거움」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길가에 살면서 핫도그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귀가 거의 먹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가게에는 라디오가 없었다. 그는 눈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신문도 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좋은 핫도그를 만들어 팔았다. 그는 고속도로변에 광고판도 세웠다. 그리고 그는 길가에서 '아저씨 핫도그 사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의 핫도그를 사주었다. 그는 핫도그에 들어가는 고기며 빵도 늘렸다. 그는 더 큰 스토브를 사서 사업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집에 와서 그를 돕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버지, 라디오 듣지 못하셨어요?' 아들이 물었다. '신문도 읽지 못하셨어요?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유럽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미국 상황은 그보다 더 나쁘구요.' 이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우리 아들은 대학생이고 신문도 읽고 라디오도 들으니까 아는 게 많은 게 당연하지.' 그래서 아버지는 고기도 줄이고 핫도그 크기도 줄였다. 그리고 고속도로변 간판도 내렸다. 더 이상 길가에 서서 핫도그를 팔지도 않았다. 그러자 그의 사업은 하룻밤 사이에 망하고 말았다. '아들아 네가 옳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게 분명하구나'" 혹 우리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습니까?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나안 땅을 정탐한 10명의 보고와 같으며, 안 된다고 생각하는 '노시보 효과'와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정을 보면 부정이 지배하고, 긍정을 보면 긍정의 플라시보가 지배합니다.
복음중등부에서 'Again 1907'을 위해 시작한 복음운동이 홀리키퍼(Holy Keeper)운동과 'Together Day'입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했지만 잡히는 것은 없습니다. 이제 2주일 남았습니다. 어쩌면 이미 늦은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기에 생각을 바꾸고 마음만 다스리면 언제나 희망은 보입니다. 그러기에 언제 어디서나 호흡이 있는 한 부지런히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정성스럽게 희망의 밭을 일구며 변함없이 희망의 열매를 기대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민들레 홀씨 날아와 꽃을 피우듯 복음의 씨앗도 아름다운 열매로 맺어질 것입니다. 수없이 아웃을 당했어도 홈런을 치고 싶으면 계속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듯, 우리는 계속 기도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나 감동과 흥분 그리고 사랑이 없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열정이라 부릅니다. 열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어야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받은 감동과 흥분이 복음중등부에서도 이어지길 소원합니다. 이 일을 위해 교사세미나도 그리고 체육대회와 교사 월례회도 계획되어 진행중입니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기도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생선도 맛있게 구우려면 오랜 시간 석쇠 위에 올려놓고 따스하게 구어야 하듯, 사랑도 복음도 사람도 기다림에서 오는 그리움을 석쇠 위에 올려놓고 따스하게 구어야 원숙하고 아름답게 익어갑니다.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의 따스함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2006년 6월 3일
따뜻함으로 그리움을 익혀 가는 여러분의 친구 윤삼열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