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47:3 (싸매시고 고치시듯) 278장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5월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면사포를 쓴 신부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마냥 설레입니다. 5월의 찬란한 빛깔처럼 우리의 영혼들도 아름답게 색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앞날에 펼쳐진 하얀 도화지에 희망과 기쁨과 진실함의 그림을 가득하게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빠지지 않는 것이 싸매는 일입니다. 태어나면 바로 깨끗이 씻기고 배내옷으로 감싸기 시작하여 평생 동안 옷을 입고 삽니다. 그리고 죽어서까지도 고운 삼베옷으로 갈아 입히고서야 안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죄를 짓고 부끄러워하는 아담과 하와에게 가장 먼저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것을 보면 그만큼 우리 인생은 평생 싸매고 감싸주어야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이며 상처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감싸주고 안아주기를 원합니다.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포근히 안아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젊은 남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어린이도 누군가 자기를 안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 늙고 쇠잔해져 가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다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
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 줘 보세요.
나무든 사람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도종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아내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모 여성지에 나온 글을 읽어보니, 아내가 된장국을 끓이고 있는데 남편이 뒤에서 포옹해 주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물의 왕국'에 보면 갓 난 새끼를 계속 핥아주는 어미의 모습이나, 서로 털을 헤치며 이를 잡아주는 원숭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꽃이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것도 꿀벌의 스킨십 덕분입니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서로 접촉이 없으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누구나 똑 같이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실패하고 쓰러지고 넘어지는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관계는 만남과 접촉을 기본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안아주는 포옹이나 악수 같은 접촉은 피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접촉하고 다음엔 마음을 접촉하게 합니다. 그래서 토마스 카알라일은 '인간의 몸에 손을 댈 때에 우리는 하늘을 만진다'고 했으며, 루소는 '산다는 것은 단순히 숨쉬는 것이 아니다. 산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며 우리 신체의 각 부분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존재의 의미는 피부의 느낌에 있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산다는 것은 느끼는 것입니다. 특히 삶의 기쁨과 행복, 풍성함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습니다. 때론, 마음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며 확인하면서 살아가고 그러다 보면 하늘도 만져지게 될 것입니다. 다만 싸매주고 고쳐주는 것은 옷을 입히고 감싸는 것처럼 구체적인 접촉과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서로 감싸주고 싸매주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정명 동산이 되어지길 소망합니다. (2006년 5월1일 교직원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