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담쟁이처럼 (편지 17)

물음표와 느낌표 2006. 4. 30. 07:24

복음교회 중등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17)

 

샬롬!
  아침 분주히 하루를 여는 사람들과 초록으로 무성한 나무의 싱그러움 속에 잠깨는 작은 새들의 문안 인사가 사랑스럽습니다. 울긋불긋 현란한 색채로 피어난 철쭉,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구름, 파릇파릇 돋아난 연두빛 신록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생명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디선가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내 가슴에 와서 찰싹 달라붙어 나를 간질이며, 내 가슴을 마구 흔들어 놓습니다. 이럴 때 가끔은 일상을 탈출하여 하늘을 닮은 사람들과 맑고 푸른 냄새를 맡으며 마음에 잔뜩 끼인 먹구름을 걷어내고 예쁜 수채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희망을 그린 하루가 소박한 행복으로 채워지길 기대하면서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하루를 축복합니다.
 
  변화와 성장은 모든 사람들의 화두이며 관심사입니다. 누구나 더 나은 자신과 미래를 위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변화 본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화를 이루어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는 수많은 장벽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변화와 성장을 원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을 둘러싼 안전지대의 벽과 장애물을 넘는 힘과 기술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애쓰며 그 담을 뛰어 넘는 기술을 익힙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담쟁이)

 

  2002년 3월, 몸무게가 400킬로그램이나 되는 소 한 마리가 3미터에 달하는 도살장의 벽을 뛰어넘어 도망쳐서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소는 오하이오 주 인근 농촌을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수색에 나선 동물 관리인들은 11일 만에야 다시 잡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짐승으로서는 처음으로 '신시내티 레즈' 야구단으로부터 명예 시민상을 수여 받았습니다.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지지만 3미터 짜리 벽은 넘은 소로부터 분명 배울 것은 있습니다. 뛰어 넘으려는 의지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반드시 상처를 동반합니다. 하지만 묵묵히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쉬지 않고 꾸준히 함께 손을 잡고 우리 앞의 장벽을 뛰어넘는 복음중등부가 되어지길 소망합니다. 

 

  독일의 여성 신학자 도로테 죌레는 「깨지기 쉬운 창(Window of Vulnerability)」이란 책에서 독일 신화에 나오는 영웅 지그프리드를 소개합니다. 지그프리드가 용을 죽여 그 피로 목욕하자 그의 피부는 강철처럼 되어 어떤 칼도 뚫지 못하는 무적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처럼 현대인은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 단단한 피부를 원하며 자기를 위한 견고한 성을 쌓지만, 문제는 그 견고한 성안에서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마치 도둑이 무섭다고 창문을 다 벽돌로 막아버린다면 빛도 없게 되고, 공기도 탁해지고, 생명체는 서서히 죽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깨지기 쉬운 창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살기 위해 강한 껍질을 선호하지만 진짜 사는 길은 깨지기 쉬운 창을 통해 창문 너머를 보는 길입니다. 깨지기 쉬운 창이라도 있어야 이웃이 보이고 하늘이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강철갑옷을 벗고 자신을 무장해제 시킬 때 행복의 문이 열립니다. 사람이 상처로 인해 하나님을 꿈꿀 때 하나님도 싸매고 고치십니다. 그래서 상처의 창은 꿈과 꿈이 만나는 통로입니다. 또한 상처의 창을 통해야 삶이 새롭게 보입니다. 그러기에 단단한 자기껍질에 둘러싸인 마음보다 차라리 상처를 잘 받는 마음이 낫습니다. 아니 우리는 연약한 질그릇으로 깨지기 쉬운 그릇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상처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하고 성숙하게 합니다. 하지만 치료되지 않은 상한 심령은 고통만 더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싸매고 감싸주어야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빠지지 않는 것이 싸매는 일입니다. 태어나면 바로 깨끗이 씻기고 배내옷으로 감싸기 시작하여 평생 동안 옷을 입고 삽니다. 그리고 죽어서까지도 고운 삼베옷으로 갈아 입히고서야 안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죄를 짓고 부끄러워하는 아담과 하와에게 가장 먼저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것을 보면 그만큼 우리 인생은 평생 싸매고 감싸주어야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인가 봅니다. 그래서 시편기자도 "상심한 자를 고치시며 저희 상처를 싸매시는"(시147:3) 주님을 찬양합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감싸주고 안아주기를 원합니다. 특히 실패하고 쓰러지고 넘어지는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퉁기고 퉁명스럽지만 내심 누군가 끌어안고 감싸주며 위로해주기를 기다립니다.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굴속에 숨어 지나면서 자신들이 겪는 시련과 고통을 끝내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최악의 조건 속에서 최선의 비전을 품었습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을 품고 오늘의 삶을 살고 있느냐가 그 사람이나 공동체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복음중등부가 비전을 품고 홀리 키퍼운동과 투게더데이를 전개하는 것은 함께 담을 넘어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때론 넘어지고 상처도 받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증에 시달리기도 할 것이고,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진보가 보여지지 않아 낙심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서로 감싸주고 싸매 줄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를 싸매시고 고치시는 주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이랜드의 박성수 사장은 대학졸업 후 5년간 근육무력증에 시달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책을 읽고 신문 8개를 스크랩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 때 얻은 방대한 지식 덕분에 이랜드의 급성장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민들레영토의 지승룡 대표는 목회자였지만 이혼의 아픔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고, 마냥 집에서 죽치는 게 민망해서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찾았지만 책이 읽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문부터 읽다가 사진이 많이 나오는 잡지를 뒤적이고, 글자에 좀 익숙해지자 동화책을 읽다보니 어느 새 그는 경제, 경영, 창업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마치 수험생처럼 노트에 메모하면서 재기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 나갔으며, 그렇게 3년을 보내면서 그가 읽어낸 책 2,000권은 그를 민들레영토의 창업주로 빚는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상처 없는 인생이 없고 넘어지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벽이 없는 사람은 더욱 없습니다. 그러기에 인생이 더욱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행복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Happiness입니다. 이 행복은 Happening 즉, 우연히 발생되는 행복입니다. 그래서 Happening이 일어날 때만 행복합니다. 또 하나는 Blessing입니다. 이 행복은 Blood에 기초한 행복으로 희생(피)이 행복의 근원입니다. 그래서 어떠한 환경가운데서도 행복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행복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꿈과 목표와 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바로 그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실을 뒤에서 밀면 실은 앞으로 가지 않고 구부러지고 꼬입니다. 그러나 그 실을 앞에서 당기면 실이 바르게 쭉 끌려옵니다. 그렇습니다. 리더는 앞에서 솔선 수범해야 합니다. 짐승은 뒤에서 몰아야 하지만 사람은 앞에서 인도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우리들의 희생과 봉사와 섬김이 없이 복음중등부의 꿈도,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비전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들 스스로도 넘어져 상처 입어 아프고 힘들지만 고치시고 싸매시는 주님의 사랑을 덧입어, 서로 조금씩만 감싸주고 싸매 주며 담쟁이처럼 함께 더불어 간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의 기적은 일어날 것입니다.

 

2006년 4월 30일
함께 담쟁이가 되어 벽을 뛰어 넘어가는 여러분의 친구 윤삼열 목사 드림


출처 : 교목전국연합회
글쓴이 : 윤삼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