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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더십 (편지16)

물음표와 느낌표 2006. 4. 23. 07:47
 

복음교회 중등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16)

 

샬롬!
  봄비, 꽃비, 초록비로 내리는 비는 딱딱하고 삐딱해진 제 마음을 달래는 듯 조금씩 보드랍게 적셔줍니다. 밝은 햇살은 보이지 않고 작은 먹구름이 하늘에 떠 있어도 좋은 아침을  맞을 수 있음은 주님의 부활과 함께 온 천지에 생명이 넘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 속에 임하는 부활의 뜻은 이처럼 굳어진 마음의 문을 여는데서 시작됩니다. 봄은 보라고 봄이라고 한답니다. 겨우내 갇혀있던 방에서 나와 산과 들을 둘러보며 생명의 기운에 젖으라는 것이지요. 봄바람은 무엇보다도 봄을 맞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설렘으로 발걸음을 밖으로 향하게 합니다. 게으른 사람까지도 방안에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만드는 힘을 봄은 가지고 있습니다. 어서 밖으로 나오라고, 그래서 겨울을 이겨낸 뭇 생명들의 합창과 대지가 터뜨리는 감탄사를 들어보라고, 커다란 나무 위로 쏟아지는 초록 햇살을 맛보라고 봄은 손짓합니다. 이제 우리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힘차고 활기차게 밝은 미래, 열린 미래를 향하여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선생님들의 가정에 생명의 봄바람을 전합니다.

 

  손광성 님의 '사람의 마음'이란 수필입니다. 어느 날 마당에서 토끼에게 풀을 먹이던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토끼는 어디를 잡아야 꼼짝 못하지요?"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그야 귀를 잡으면 되지."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를 지나갔습니다.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그러면 고양이는 어디를 잡아야지요?" "목덜미를 잡으면 되지." 이번에는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를 잡아야겠니?" "목덜미를요. 아니, 팔을요. 아니에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답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아이는 자라서 엄마 나이 만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목덜미를 잡을 수도, 팔을 잡을 수도 없고 오직 마음을 잡아야만 된다는 것을. 그리고 어머니가 왜 가르쳐주지 않았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에도 흔들리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만 사람은 힘으로 잡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하나님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을까요? 
 
  작년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6분 벽을 깨뜨리고 2시간 5분 42초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우승한 모로코의 할리더 하누치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놀라운 신기록을 작성한 배경에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결혼하기 전, 그는 자기 나라 모로코에서는 몇 번 마라톤에서 우승한 일이 있었지만, 세계 유명 대회에서는 그를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무명선수이고, 기록도 썩 좋은 기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운의 꿈을 품고 그가 7년 전 미국으로 마라톤 유학을 갔는데 처음에는 아무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산드라라는 여자가 하누치에게 다가와 그를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훌륭한 선수가 될 겁니다." 그녀의 위로를 듣고 하누치는 용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산드라는 그가 훈련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격려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둘은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더욱 마음의 안정을 찾은 하누치는 코치 겸 매니저 역할을 하는 산드라의 사랑과 격려를 통해 날로 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결국 하누치는 놀라운 기록으로 시카고 마라톤에서 우승했고, 하누치는 우승과 승리의 영광을 그의 후원자였던 아내 산드라에게 돌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작게만 보이는 누군가의 용기와 위로와 격려입니다.   

 

  제가 학생 때 자주 부른 노래 중 "바람 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 그 말 한마디 생각하며 웃음 짓네"란 가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기에 웃음을 지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합니다. 대체로 청각은 시각보다 감성적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에 호소하는 힘이 크고, 때로는 영적이며 계시적인 힘을 지니기도 합니다. 신자가 아니면서도 성가를 들으면 좋아하고, 독경소리가 좋아서 출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만큼 소리는 종교적입니다. 그래서 파바로티의 패기에 찬 목소리를 좋아하고, 휘트니 휴스턴이나 조수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열광하며 가수들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저도 케니지의 색소폰 소리를 듣고 애수에 빠져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물며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듣는 위로와 칭찬과 격려의 말은 어떠하겠습니까? 거구의 장수 골리앗을 무너뜨린 것은 소년 다윗이 던진 작은 물맷돌이었습니다. 그 어떤 장수도, 그 어떤 무기로도 당해낼 수 없었던 골리앗이 한 소년이 양을 치며 사나운 짐승을 쫓을 때 썼던 물맷돌에 맞아 쓰러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거나 세우는 일은 그렇게 아주 작은 것들입니다. 아주 작은 비난을 견디지 못해 무너질 때도 있고, 아주 작은 아첨에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삼손을 넘어뜨린 것도 여인의 달콤한 말 한마디였고,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이 낫게 된 것도 작은 계집종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말 한마디'일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친화 욕구[親和欲求]'라고 합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마이클 어거일은 이 친화욕구의 표현 방식에 대해 최초로 '네 가지의 시도'라는 것을 정의하여 발표했습니다 그 시도란 '미소, 시선, 대화, 접촉'이라는 것입니다. 즉 상대방과 친해지고 싶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거나, 다정하게 쳐다보거나, 친밀감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가까이 다가서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도는 동시에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가지 한 가지가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표현상의 조화를 어거일은 '친화 갈등 이론'이라고 불렀습니다. 친해지고 싶지만 동시에 아직은 지나치게 서두르고 싶지 않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인 사이도 아닌데 거리낌없이 다가가서 신체를 접촉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친밀감 있는 화제'에 있어서도 아직 서먹서먹한 사이에 "무슨 일하세요?"하고 다짜고짜 묻는다면 상대방이 겁을 집어먹거나 경계할 우려도 높습니다.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상대방에게 시선 공포증이란 증세가 없더라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호감 가는 사람이 있고 그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는 미소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믿는 사람 특히 가르침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우리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복음중등부의 수많은 꿈 그리고 부흥은 우리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과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도하지 않는 것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고, 믿음이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안교회를 건축할 때 김동호 목사님은 맨 먼저 '기도 책자'를 만들어 교인들에게 기도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책자의 맨 끝에 1번 읽을 때마다 체크하게 해서, 100번을 체크를 할 수 있게 했답니다. 그는 기도책자를 만들고 해보니, 기도의 응답을 체크해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30분 읽을 기도 분량이 100% 응답되었다고 합니다. 어디 건축뿐이겠습니까? 사랑하는 선생님, 바라기는 선생님들의 기도노트에도 우리 아이들의 이름과 기도제목이 그리고 복음중등부의 비전으로 가득하길 원합니다.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진정으로 그들의 영혼을 품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마더십(mothershi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더십은 정한수를 떠놓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어머니처럼 품고 안고 기도하며 나아가 잘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부활하신 주님도 제자들을 찾아 함께 식사를 하셨는지 모릅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잘 챙기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정한 말 한마디의 기도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들을 반기는 미소와 따뜻한 격려는 신선한 봄날 아침의 햇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름다운 꽃으로 물들게 할 것입니다.

 

2006년 4월 22일
생명의 봄바람이 되고픈 여러분의 윤삼열 목사 드림

출처 : 교목전국연합회
글쓴이 : 윤삼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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