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공사중입니다
인생이 생로병사의 파노라마라고는 하지만 내가 암으로 고통의 긴 터널 가운데 있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018년 2월로 다가온 교목 은퇴와 은퇴후의 삶을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며 어쩌면 들뜬 마음으로 내멋대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목회와 사역을 위해 푸른 꿈은 아니어도 수많은 시나리오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제 마음의 창고를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뜻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작년 12월부터 치아가 아려와 치과 치료를 시작 신경치료와 사랑니 발치 등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아픔에 이비인후과를 소개받아 축농증 수술도 받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이 치료하던 중 6월 편평세포(비강암)암이라는 판정을 받고서야 질병과 고통의 원인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나를 위하여 내마음 내뜻대로 계획하던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주님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습니다. 주님 긍휼히 여기소서. 주님 도와주소서. 주님 나를 만져주소서. 정말 이때처럼 간절하고 애절하고 사무치게 주님을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가족과 친지는 물론 교우들의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7월 25일 오전 7시 침상에 눕힌채로 수술실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 지나온 삶의 조각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가며 회개의 눈물과 감사의 고백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수술실 문이 닫히는 그 순간에는 정말 나 혼자라는 생각과 두려움에 모든 게 다 까맣게만 보이는 절망의 순간 아니 죽음의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천장에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사40:10)는 말씀이 보여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원목님을 청해 기도를 받고, 다시 마취전 의료진에게 기도를 부탁하였더니 기도문을 읽어주셨습니다. 그리고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통해 오른쪽 얼굴 눈밑에서 코 라인을 따라 인중까지 절개하여 광대뼈를 제외한 오른쪽위 모든 치아와 입천장을 비롯 상악동(비강암)암을 제거하고 혹시 모를 전이를 위해 임파선까지 제거하였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났다는 안도감과 기쁨보다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습나다. 입은 물론 그 어떤 것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없습니다. 아내가 옆에서 친절하게 도와주었지만 아픔까지는 어떻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고통속에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하루가 지나서야 내 꼴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링거에 의지해 목숨이 이어졌고, 어머니의 탯줄처럼 콧줄을 통해 숨도 쉬고 약도 먹었습니다. 코에는 콧줄과 생명줖아 주렁주렁. 옆구리에는 오줌통과 피 주머니가 덜렁덜렁, 위에는 링거가 대롱대롱, 얼굴과 어깨는 천근만근, 숨은 헐떡헐떡, 손발은 좔좔 저리고, 허리는 뎅강뎅강 금방이라도 부러질것 같은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콧줄을 통해 먹던 음식은 엄마의 젖과 같은 미음으로 바꼈다가 아유식같은 죽을 거쳐 지금은 부드러운 음식도 먹게 된 갓난아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수술후 가장 큰 장애는 일그러진 얼굴이나 흉터자국이 아니라 바로 연하 장애입니다. 연하 장애란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는 것입나다. 입천장과 치아가 없으니 당연히 보철을 해서 착용했지만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외관상으로는 점점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과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가 완치되지 않는다는 주치의의 말을 들었을 때는 살 소망이 없어 지기도 했지만 주위의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선물에 대한 기대로 다시 희망을 갖게 되면서 이제는 말이 아닌 삶으로 증거케 하시려는 주님의 음성과 가도제목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눌한 모세를 사용하신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더 큰 일도 아루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기 때문이요, 사람은 할 수 없으되 하나남은 하시는 까닭입니다. 먹는 것과 언어만 아니라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연약하기만 합니다. 아직 공사중이라 그렇습니다. 순전히 주님의 손에 의해 주님의 설계대로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언제 어떻게 리모델링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정금같이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공사중인 공사장에는 보통 공사 기간을 비롯하여 공사 내용과 함께 주의사항과 당부의 말씀 등이 적힌 공사 안내문이 있듯이 제게도 안내문이 있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여러 모양으로 기도와 사랑으로 응원해주시지만 제가 주님을 위한 도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간 날 때 마다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8월 22일부터 매주 5회씩 6주간 실시되는 방사선 치료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2. 부작용이 없이 치료가 마무리 되고, 의료진의 손길에 하나님이 함께하시길
3. 어지러움증 치료를 위해 신경외과 치료, 보철 및 치과치료와 당뇨 등의 치료도
병행중인데 이번 기회에 다른 질병도 모두 치유되도록 기도해주세요
4. 입천장이 없어 어려운 발음연습이 잘 되어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도해주세요
5. 제가 속한 공동체인 목포정명여중과 복음교회가 더욱 신실한 믿음 공동체가 되어 서로 기도하며 위로하며 성숙해지는 유기체가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6. 은퇴 후 제게 베풀어 주실 하나님의 큰 선물과 역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7. 나를 간병하는 아내와 자녀들이 믿음과 건강으로 더 굳건해지고 공감과 공유가 많아지는 행복한 가정되도록 기도해주세요
질병과 고통중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드리며, 저를 지으시고 고치시고 싸매시며 더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힘들고 어렵고 번거롭고 고통도 따르지만 베풀어주신 은혜와 베풀어 주실 은혜로 더욱 기대되는 삶을 소망하며 오늘도 여러분들의 기도와 사랑과 관심에 힘을 얻습니다. 머잖아 곧 그 기도와 기대에 부응하여 독수리 날개치듯 높이 솟아 오르게 될 것입니다. 아멘
2017년 8월 21일 여러분의 친구 윤삼열 목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