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Fika)할래요?
피카(Fika)는 커피에 빵과 과자를 곁들여 마시면서 친구끼리, 연인끼리, 혹은 직장 동료끼리 짬을 내어서 한담을 즐기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 또는 차 한 잔 혹은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종합적인 행위를 스웨덴에서는 Fika라고 합니다. 스웨덴어로 커피(kaffi)를 뒤집어 말하던 직장인들의 속어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커피를 마시면서 숨 돌리며 쉬는 문화 자체를 가리키는 생활용어가 되었습니다. 친한 직장 동료나 친구 사이에‘차 한잔 하면서 쉴까’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피카?’라고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피카는 커피를 마시는 일 자체보다도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쉰다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스웨덴은 회식도 대부분 피카로 진행되는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행복한 피카는 주말이나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 나누는 피카라고 합니다.
피카를 특별하게 소개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커피 한 잔 이상의 아주 많은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피카를 통해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며 나 자신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피카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통해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어 자신을 되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이며 사회적 활동입니다. 그러므로 피카는 스웨디시 커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카는 다름 아닌 안부요, 문안인사요, 나아가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요, 관심을 갖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웨덴 피카는 20세기 초에 시작했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 사도 바울이 시작했음을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은 그가 기록한 대부분의 서신 말미에 공통적으로 성도들에 대한 문안과 축복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는 많은 동역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복음 사역에 큰 힘이 되었는지를 밝힌 후 그들을 기억하고 문안인사를 부탁합니다. 떨어져 함께하지 못할 때에도 그는 문안인사로 피카를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거론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고, 그 사람과 더불어 인격적인 교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깊은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안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까닭에 우리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함께하는 가족과 이웃의 안부를 묻는 일상사 속에 숨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카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이상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피카는 바울처럼 사람의 수고를 알아주고 그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평안과 축복을 빌어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고통을 주는 그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어 받아주라는 것입니다. 바울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문안을 드리는 것은 작게 보이는 그것이 바로 행복이요 축복인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피어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둠과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꽃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까닭입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함께 따뜻한 사람들을 찾아 고마움을 전하고 안부를 물음으로 평생 바닥나지 않는 행복 통장의 잔고를 늘려가길 소망합니다. 봄의 전령사는 냉이와 딸기라 하지만 우리 마음의 전령사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입니다. 마음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은 살맛나는 세상입니다. 바라기는 아름답고 싱그러운 봄날 우리도 피카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오늘 하루 영혼을 새롭게 하는 친구가 되고, 그런 친구들과 함께 좋은 교제를 누리며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축복 가운데 있길 기도합니다.
교회마다 때로는 학교에도 카페가 생겨납니다. 그저 차 한 잔 마시며 한가로움에 취하자는 의미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시간의 양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누리며 삶을 통째로 나누려는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인의 피카는 시간 쪼개기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나누기입니다. 고민과 생각을 나눕니다. 아니 그보다 타인을 듣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서로에 대한 문안과 감사와 축복이 있습니다. 깊은 사귐이 있습니다. 영혼과 영혼이 만납니다.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사랑을 마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의 피카는 행복입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오늘 피카(Fika)할래요? (2016년 4월 20일 목포정명여자중학교 윤삼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