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亡)치는 부모, 망(網)치는 부모 (사사기13:12~14) 524장
아름다운 5월입니다. 5월이 아름다운 것은 5월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이며, 5월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부모님의 사랑 스승의 은혜를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꽃이 피어나서 좋은 것은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태어나서 좋은 것은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꽃 같은 아이가 있고 사랑이 있는 가정은 행복공장인 셈입니다. 사람들은 꽃을 보고 아름답다 하고 잎을 보고 대견해 하면서도 뿌리에서 가지로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잎을 피워 낸 물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꽃이 피고 잎이 나는 것은 모두 물 덕분입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무엇도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스승의 사랑은 물과 같은 사랑입니다. 나를 태어나게 하고 나를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생명 같은 은혜이고 사랑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부모의 사랑이 자녀를 망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네비게이터형’부모’와‘헬리콥터형’부모입니다. 네비게이터형 부모는 특목고와 명문대라는 목표 지점에 방향을 맞추고 가야 할 길을 일일이 알려주는 부모 때문에 아이는 정작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고, 헬리콥터형 부모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늘 자식 주위에 맴돌면서 간섭과 공급을 멈추지 않는 부모를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그들은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자녀에게 다 쏟아 부으면서 일일이 참견하고 해결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며 늘 이런 착각에 빠져있습니다.“내가 뒷바라지 한만큼 잘 될 거야, 아직 어려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고생은 우리 대에 족하고 자식까지 물려줘선 안 된다. 자식 잘 되는 것이 부모 잘 되는 일이야.”라고. 그렇지만 이런 부모들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없고, 부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성인아이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모든 것을 해주는 망치는 부모의 전형적인 부모입니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어댔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눈길을 놓칠세라 서툴기만 한 고개 짓을 했습니다. 이른바 도리도리 교육이었습니다. 도리도리(道理道理)는 도(道)와 이(理)를 놓치지 말라는 엄마 아빠의 가르침입니다. 도(道)를 잃어버리고, 이치를 잃어버리면서부터 우리네 인생도 망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리를 가르치지 못하면서 고함을 지르게 되고, 집착을 하며, 매사 건건 간섭하려 들기 시작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반항을 하고 욕설을 퍼붓고 아무렇게나 행동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의 이상행동도 실은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최상의 선택입니다. 건강한 방식, 소통의 방식이 아니라 병리적 방법, 관계를 깨는 방식, 자신의 입지나 위치를 도리어 망가뜨리는 미숙한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죠. 그래서 혹자는 말하길 자식이 속을 썩이는 건 부모더러 변화하라는 시위이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도(道) 중의 도인“내비도(내버려 두라는 뜻)”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가슴이 쓰리고 아파도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고라도 믿어 주고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 둬야 합니다. 아이가 실수할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빠져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도를 닦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내비도입니다. 부모가 내비도를 닦기 시작하면 아이는 자신의 인생길을 닦아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내비도는 아이에게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근심하고 설쳐대면 주님께서 하실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비도는 아이도 부모도 살리는 방법입니다. 자식에게 일일이 간섭하는 게 아니라, 자식으로 하여금 물고기를 잡게 하는 망(網)치게 하는 부모입니다. 그물(망)을 쳐서 고기를 잡게 하는 망(網)치는 부모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고기 잡는 도구를 주기도 하는 데, 그것은 네트워크 즉 인간관계를 말하거나, 또한 스스로 낮아지는 법, 어느 정도는 망가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먼저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고, 다음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이 망가지면 체면도 필요하지 않지요. 그래서 망가져야 망(網)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넘어지고 쓰러지는 실수도 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부딪쳐보고, 손해도 보고, 아파하기도 하고, 분노와 슬픔도 느껴보고, 모험과 도전을 해봐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망(그물)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연 날리는 장면을 쓰기 위해 직접 방패연을 만들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를 수 있는 것은 연의 가슴에 뻥 뚫린 구멍 때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뻥 뚫린 공허를 경험하지 못하면 우리는 날아오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김용태 님은 [야해야 청춘]이란 글에서“물이 부족해야 땅속에 있는 물을 찾기 위해서 뿌리가 안간힘을 다해 뻗어갑니다. 그래야 꽃도 피지요. 화초가 꽃을 피우는 이유가 종자를 번식하기 위함인데 물이 부족해서 위기를 느껴야 종자를 번식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꽃이 피고 나무가 새 잎을 내려면 좋은 환경에 충분한 물이 필요할 것 같지요? 저도 화초를 키워 보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물이 약간 부족한 듯해야 위기를 느끼고 땅(흙)속에 있는 물을 찾기 위해 뿌리가 안간 힘을 다해 뻗어간답니다. 그러기에 화초에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위기를 느끼지 못해 자라지 못하고 오히려 썩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결핍이 창조를 낳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싫어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 갖춰져 있으면 잘 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하늘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허물을 벗고 사투하는 과정을 통해서 날개에 힘을 얻어야 합니다. 허물을 벗고 나오는 시간은 애벌레에게 있어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입니다. 피카소가 10분 그림을 그리고 수 천 만원을 청구할 때 "겨우 10분을 그리고는 너무 비싸지 않느냐?" 는 질문에 피카소는 "무슨 소리냐? 나는 당신을 그리는데 40년 걸렸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10분 만에 엄청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40년의 사투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망(亡)치는 부모가 될지 아니면 자식으로 하여금 망(網)치게 하는 부모가 될지는 부모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망치는 자녀들 둔 부모는 죽을 때 안도와 보람의 웃음을 갖겠지만 자녀를 망친 부모는 후회와 불안, 탄식 속에 마지막을 맞이할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 에너지를 타인들을 위해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식은 스스로 낮아지는 법, 조금 망가지는 법을 배워 망(網)가진 사람, 관계가 풍성한 사람이 되어 행복과 성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 역시 아이들에게 망치게 하는 교육을 합니다. 지식전달을 위한 교육은 망치게 하는 교육이 되지만, 오늘 본문처럼‘어떻게 기르며, 어떻게 행하리이까’를 주님께 물으며 주님의 도를 따라 행하는 교육이 이뤄지게 한다면 행복한 사람의 본분을 다하는 충실한 교육 즉 망(網)치게 하는 교육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될 것입니다. 바라기는 우리의 수고와 섬김을 통하여 우리 아이들이 기도와 절제의 망 그리고 능력의 그물망을 소유하여 성공과 행복만 아니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14년 5월 7일 교직원예배: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