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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연

물음표와 느낌표 2012. 4. 20. 07:55

 

봄의 향연 (아가2:11-13) 478장

 

  춘삼월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던 매화를 시작으로 눈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 가지가 휠 정도 늘어뜨린 노란 개나리, 산자락 가득 떡가루 뿌려 놓은 듯 뽀얀 배꽃, 들판 가득 보랏빛 자운영 등 어디든 눈 길 닿는 곳이면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합니다. 우리학교 교정에도 가지가지 몽골몽골 겹 복사꽃, 자목련, 라일락, 팬지와 수선화를 필두로 앞으로 진달래 영산홍 철쭉 그리고 줄 장미와 천리향 등 줄줄이 봄꽃들이 피어오를 것입니다. 꽃을 보면 그냥 좋습니다. 가슴이 설렙니다. 그래서 마냥 봄은 좋기만 합니다.

 

 

 

  그래서 봄의 노래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옵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네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마음도 함께 따 가주.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들로 가네.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우리들 마음속에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등 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수많은 노래들이 흥얼거림으로 깨어납니다. 이렇듯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라일락 꽃망울에 입맞추는 햇살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기 전에 봄노래를 같이 불러보면 좋겠습니다.(봄이 오면을 같이 부름)

 

 

  '봄'은 '보다'의 명사형이라고 합니다. 뭔가 볼 것이 많은 계절이니 '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봄은 보는 것입니다. 볼거리가 많아 봄이기도 하지만, 좋은 것을 많이 보라고 봄입니다. 꽃만 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동토를 뚫고 나오는 새싹을 보듯 희망을 보라는 것입니다. 메마른 가지에 새순 돋아나는 생명의 신비를 보라는 것입니다. 좋은 것을 보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 같지만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만드시고 가장 처음 한 일과 처음 한 말씀이 바로‘보시기에 좋았더라’입니다. 그러기에 봄에 좋은 것을 보는 것은‘하나님 따라하기’입니다. 봄을 계절 중 맨 앞에 두는 것은 한해를 봄(보는 것)으로 시작하라는 뜻입니다. 여름 가을 겨울 다 두 자인데 봄만 한 자인 것은 보는 데는 여러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봄, 보다, 보고 싶다, 그것은 사랑이고 생명이고 희망이고 마음까지 간질이는 따뜻한 말입니다.

 

 

 

  봄은 바라보는 것입니다. 꽃들을 보면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 속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숨결을 보는 것입니다. 공중 나는 새와 산의 백합화를 보며 그들을 키우시고 가꾸시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보라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도 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는 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면 소망이 나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바라보라고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땅과 같기에 빛이신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면 봄처럼 평안과 기쁨의 꽃이 피고 선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는 하나님을 바라보면 우리의 소망하는 것들도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하나님을 잠잠히 바라보면 봄에 개나리나 벚꽃이 활짝 피는 것처럼 마음에 사랑의 꽃, 감사의 꽃, 찬양의 꽃, 기쁨의 꽃, 평안의 꽃이 활짝 피게 됨을 체험하게 됩니다. 누구나 하나님을 바라보면 마음이 꽃처럼 밝고 아름답고 향기롭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창조주께서는 봄을 통하여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사람의 마음에 봄이 온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나다나엘 호돈의 [큰 바위 얼굴]에 나오는 주인공 어네스트가 매일 큰 바위얼굴을 보고 자라 스스로가 큰 바위 얼굴이 된 것처럼 우리들도 꽃을 보며 그 뒤에 숨어 계시는 주님을 바라보아 주님을 닮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합니다. spring의 뜻은 뛰다, 도약하다, 춤추다, 팔짝[껑충] 뛰다, 날아오르다, 싹트다, 분출하다, 샘솟다, 생기, 활기, 튀어 오르다 등이 있습니다. 얼음을 녹이고 맑은 물이 콸콸 솟아나게 하고, 어둠과 절망을 이기고 솟아나는 샘물처럼 샘솟는 기쁨을 노래하라는 것입니다, 생기도 솟아나고, 활기도 넘쳐나고, 무엇보다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샘에서 지혜를 길러내고 열정을 품어내라는 것입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튀어나오듯 찬란한 봄을 맞이하여 창공으로 날아오르라는 것입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누구나 솟아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예배 후에는 모두가 공중 부양하듯 팔짝 뛰어보고 또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면 좋겠습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아니 그렇게라도 봄을 활짝 맞이하고 싶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솟아오를 수 있습니다. 봄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 덕입니다. 봄꽃을 피우는 데는 천둥과 벼락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거친 소리나 괴성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입니다. 부는 듯 마는 듯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생명을 살립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피어납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진실된 사랑은 큰소리가 나거나 요란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언어는 오히려 들릴 듯 말듯한 속삭임입니다. 소곤소곤하게 들려주는 속삭임이 사랑을 키우고,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설레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합니다. 괜찮다, 잘 될거야 , 힘내라 등의 희망과 격려의 부드러운 초록의 말이 누군가의 가슴속에 꽃을 피게 하고, 잎새를 틔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말도 강하고 거칠고 억센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개의 새끼를 강아지라 부르고, 소의 새끼를 송아지로 불렀습니다. 심지어 임진왜란 이전까지 격음이 들어간 `칼'은 `갈'로, 경음이 들어간 `싸우다'는 `사호다'로 사용했습니다. 봄 햇살처럼 따뜻하고 포용하는 말들이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사랑의 새싹을 움돋게 하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잘 하겠다는 열정과 의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여름 천둥처럼 소리를 높이고 괴성을 지릅니다. 봄꽃들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큰소리에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곤대듯 부드럽고 잔잔하게 말해도 살랑대는 봄바람에 라일락 향기 피어나듯 신뢰와 희망의 파아란 싹이 돋고 꽃향기로 그윽할 수 있다는 것을 ....부드럽고 아름다운 꽃이 세상을 환하게 물들이듯 우리들도 선조들의 유연함을 본받아 부드러운 언어사용으로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25:11)같은 열매가 많이 맺혔으면 좋겠습니다.

 

 

 

  암은 피부에도 발생하고, 심지어 각막이나 혀에도 발생합니다. 암은 종류가 많습니다. 위암, 간암, 폐암, 식도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이렇게 암의 종류가 많은 것은 암 세포가 우리 몸에 어느 곳에든지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 암세포가 붙지 못하는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심장입니다. 심장에 암세포가 붙지 않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심장에 암이 발생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심장이 따뜻한 피를 늘 뿜어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뜻한 곳에는 암 세포가 붙지 못 한다고 합니다. 얼마전 TV 프로그램에서 산골마을에 사는 가족들이 잠잘 때마다 달궈진 돌덩이를 배에 올리고 잤더니 전혀 병치레가 없다고 하더니 그것은 바로 따뜻함이 주는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심장에 암이 발생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심장이 늘 일하기 때문입니다. 심장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정상인의 심장은 1분에 60-100번 정도 그렇게 쉴 틈 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암 세포가 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뜻함과 쉬지 않고 펌프질하는 것이 생명을 살립니다. 우리 주변에는 예쁜 꽃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소중한 사람 꽃은 부드러운 입술과 따뜻한 손길로만 꽃피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꿈을 갖게 하고 꽃을 피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 가만히 살짝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친근감을 표현하든지, 환한 미소와 사랑이 가득한 시선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사람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입술로 맺어지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말은 화사한 봄빛되어 우리들의 영혼을 화사하게 꽃피우고 형형색색 아름다운 삶의 열매를 맺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살가운 봄바람이 지나가는 곳마다 꽃망울이 맺히듯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따뜻한 격려의 말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우리들의 심장에 포근한 봄빛 되어 싹을 키우고, 눈을 띄우고, 마침내 꽃피게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의 말은 그냥 지식이나 정보로 끝나거나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봄바람입니다. 바라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말없는 미소로 꽃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 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 이해인 시인처럼 우리도 만나는 모두에게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는 봄꽃으로 부드럽게 다가서길 소망합니다.

 

 

 

  봄꽃들의 축제를 보며 좋은 것을 보고 감동하는‘하나님 따라하기’도 하고, 솔로몬의 영광보다도 뛰어난 꽃들의 향연을 보며 하나님의 음성과 손길을 느끼길 원합니다.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어깨를 활짝 펴고 계절의 봄이 만물을 소생시키듯, 예수 안에서 얻은 새 생명의 환희를 매일 매일 되새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따스한 햇살이 밀려오며 기다리던 봄의 향연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온 땅을 뒤덮기 시작한 생명의 축제가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진리와 생명의 성령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영혼과 가슴도 뒤덮기를 소망하며 기다립니다. 봄이 좋은 것은, 봄이 봄답게 아름다운 것은 단지 봄꽃들이 지니고 있는 빛깔의 화려함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꽃 하나 피었다고 봄이 아니듯, 봄이 아름다운 것은 수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뿐 아니라 그 여러 가지 색들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봄에 피는 꽃들이 눈부신 것은 봄꽃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생명의 함성인 까닭입니다. 이제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니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여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아가2:11-13) 초대하는 아가서 기자처럼 우리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맘껏 봄꽃 축제의 향연 속에서 생명의 환희를 누려보시지 않을래요?

 

 

꽃을 보는 얼굴로

꽃을 보는 맘으로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꽃을 보는 기쁨으로

꽃을 보는 감사로 욕심 없이 살게 하소서.

꽃이 주는 향기로

꽃이 주는 노래로 맘 나누며 살게 하옵소서.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12년 4월19일 채플설교: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