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부부의 소통 문제'에 대해 김정운 교수가 토크쇼형식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개그맨 뺨치는 외모와 예능인을 능가하는 입담을 과시하며 쏟아내는 내용이 무척 유익했고 유쾌했는데, 강연을 들은 울남편 이분께 홀딱 반했습니다.
기발한 생각을 재치있고 유머스러우면서도 쉽게, 그리고 거침없는 솔직함이 너무 파격적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래된 벗처럼 남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시원시원함에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찬사를 보내며 팬이 되었습니다. 뒤늦게야 명강사님을 알아보게 되었노라며...
특히 남편은, 교수님이 제시하는 첫 번째 소통에 대해 저에게 불만이 많았던지라 스킨십에 대해 전달하는 내용을 들으며 아주 흡족해 했습니다.
"봐라,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스킨십이 중요하다잖아. 꼭 내 마음 같네. 이제 애정결핍이니 뭐 그런말 하지말고 내 손 좀 때리지 마. 알았지? 잘 받아줄거지?"
"생각 좀 해보고..."
울남편 손이 늘 제 주변을 배회함이 불편하여 제가 손을 때리거든요.
김정운 교수가 전하는 부부의 소통 방법
ㅣ. 만져라
ㅣ. 정서공유
ㅣ. 입장바꿔보기
ㅣ. 리추얼
ㅣ. 감탄하라
첫번째 소통-만져라
김정운 교수는 튼튼한 아내의 허벅지에 매달려 잔다? 는 표현으로 좌중을 웃겼고, 그의 직설적 화법이 너무 솔직하고 파격적이라 좀 당황스럽게도 들렸지만 유쾌했습니다. 울남편 아주 좋아라 했지요. 제 허벅지도 튼튼해서 남편 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도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거든요.
사람의 뇌는 손 à 입술 à 혀의 순서로 인지한답니다.
현대사회는 접촉이 없어서 더 외롭답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그 외로움을 떨치고자 롬싸롱 가서 비싼 돈주고라도 만지려고 한다는 부연설명... 이날의 승승장구는 19금이었지요.
부부지간에도, 부모자식간에도, 나아가 오해받지 않을 범위내의 사람들과도, 말보다는 악수나 허그로 친숙함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고 합니다.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 않으면, 혼자 자기 몸을 무의식적으로 만지게 되는데, 이마에 손을 대고 고민을 한다던가, 아픈 배를 진정시키려고 배를 쓰다듬는다던가... 팔짱을 끼는 행동은 불안한 심리상태를 감추기 위한 행동 등등... 행동 하나하나에 다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 시간이자 공감되므로써 집중되는 강연시간이었습니다.
Touch: 만지기
가장 기본이자 친숙한 표현이 스킨쉽임을 강조하는 여러 사례를 들은 울남편, 완전 이분의 팬이 되어 피곤한 줄 모르고 심취해 들으며
"맞다 맞아. 바로 저런 마음이야. 우와 끝내주게 표현잘한다... 명강사야. 감동이야. 정말 멋진 분이다. 마음에 꼭 든다..."
잘난척으로 무장된 근엄한 지식인이 아니라 소통하는 지식인의 솔직함이 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박수와 웃음 그리고 칭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소통-정서공유
월드컵 때의 응원열기같은 것이지요. 상대방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표정으로 기쁠 때 웃어주고 슬플 때 위로하는 것이지요. 김교수님이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기분좋은 사람으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잡힌 채 미소짓는 영화배우 안성기씨를 꼽더군요. 비록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파였어도 보톡스로 부자연스런 표정을 짓는 것에 비교가 안될 만큼 아름다운 표정의 소유자임 강조했습니다.
기분좋은 사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좋아합니다. 나도 기분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남을 이해하는데 인색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울남편 너무 좋아합니다.
남편의 손이 말대신에 행동으로 제 몸에 와 닿는 것에 대해 제가 너그러워질 것 같다면서 말입니다.
김승우씨가 교수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상대방한테 터치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상대방이 자기한테 하는 것은 싫은데요... 왜 그럴까요?"
교수님 曰
"병인데... 음 전문적인 용어로... 변태라고 하지요."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런 답이 돌아올 줄... 주변 사람들 배꼽잡는 날이었지요. 이 밖에도 교수님의 느닷없는 돌발발언에 김승우씨 난감했을 것입니다만 미안하지만 우리는 즐거웠습니다.
웃는 얼굴과 정서 공유에 대해 역설하며
"못생긴 여자가 왜 살아남는지 아냐. 바로 웃는 얼굴 때문이다. 하지만 난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독특한 발상에 기발한 대입능력을 발휘하며 즐거운 강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세번째 소통-입장 바꿔보기
한국 사회에서 정서공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긍정적인 정서는 공유가 잘 되지 않고 부정적인 정서만 공유가 잘 되는 특징이 있는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특히 정서 공유가 되지 않는 3대집단으로 사장, 교수, 공무원 집단을 꼽아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네번째 소통-리추얼(습관과도 비슷, 반복해서 같은 일을 하는 것)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중한 습관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전하며 김교수님의 리추얼을 소개했습니다.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상이 그려지고, 형제약수터에서의 가족애를 느낄 수 있고, 혼자만의 휴식으로 주어지는 시간에 메모하며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대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대화도 중요함을 진지하게 전했습니다.
다섯번째 소통-감탄하라
사람을 진화시키게 하는 감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시청각자료를 이용해서 쉽게 설명했습니다.
"오우~~ 원더풀!!!"
우리는 이 감탄때문에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공감됨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특히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더군요. 아기는 엄마의 감탄을 먹고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깊이 새겨야겠더군요. 상대방의 반응에 우리의 에너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메모하느라 했지만 이곳에 다 옮길 수는 없고 대충 정리 해보았습니다.
꼭 부부만의 소통에 국한된 것이라기 보다는, 내용에 따라선 자녀와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인간관계에서도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남자의, 남편의 입장에 대해 어찌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는지 남편은 한마디로 뽕 갔을 정도로 통쾌했다며 명강의에 빠져 감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강연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사용하여 익살스러운 강연에 진지함까지 담아 사람들을 집중시키며 큰 웃음을 준 김교수님은, 남과 다른 자신의 강의 모습을 밝히면서 대한민국의 명강사로 한 분을 꼽았는데, 바로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셨습니다.
유명하신 도올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행동을 흉내냈다가 강의실에서 바로 쫓겨났다면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결을 공개하는 소탈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저도 감탄했지만, 울남편이 이분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된 것은, 남자로써 남편으로써의 입장을 너무나 잘 피력해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고 책제목을 붙이신 이분의 발칙하고 기발한 뜻에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가끔...' 이에 아내는 '나는 당신과의 결혼을 만족한다. 아주 가끔...' ㅎㅎㅎ
폭소와 함께 울남편에게 힘을 실어준 명강의로 말미암아 저는 결국 도서구입을 신청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