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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 선 영웅들

물음표와 느낌표 2009. 12. 7. 10:24

무대 뒤에 선 영웅 (요한1:19-23) 323장

 

무대 앞에 선 사람들의 모습은 화려합니다. 그러나 무대 뒤에 선 사람들의 모습은 눈물겹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영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금메달을 조국에 안겨준 선수들은 조국의 자랑이 됩니다. 각자 조국의 국기가 시상대 위에 매달리고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이를 바라보는 온 국민들의 가슴은 기쁨과 자긍심으로 충만해집니다. 승리의 영광은 이와 같이 귀한 것입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요, 말없이 흘린 수많은 눈물의 결실이기 때문입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정상을 정복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정상에 올라선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숨이 차는 것이 그 길입니다.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자기를 정복한 극기의 훈련을 통해 성취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고,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잊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대 뒤에 선 드러나지 않는 영웅들입니다. 정상을 정복하고, 승리의 면류관을 머리에 쓴 선수들의 배후에는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금메달을 받은 선수 뒤에는 사랑과 헌신으로 뒷바라지한 가난한 부모가 있었고, 격려와 책망으로 키운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들이 바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을 사랑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무대 앞에 선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무대 뒤에 선 영웅들에게 더 관심이 있습니다. 세상은 무대 앞에 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천국에서는 무대 뒤에 선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무대 뒤에 선 사람들은 무명의 존재입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무대를 밝히는 사람들입니다. 무대 뒤에서 말없이 무대를 밝히는 것을 행복의 조건으로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성경에는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모세의 기도하는 손을 붙잡았던 아론과 훌, 여호수아 뒤에서 말없이 섬겼던 갈렙, 바울의 그림자가 되기를 자원한 바나바는 무대 뒤에 선 영웅입니다. 나아만 장군을 엘리사에게 인도했던 작은 계집종, 자신의 소중한 점심이었던 오병이어를 바친 어린 소년은 무대 뒤에 선 영웅입니다. 빛나는 금메달이 목에 걸리는 시상대 무대 뒤에는 눈물겨운 영웅들이 있습니다. 물처럼 자신을 감추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무릎 꿇은 형제 자매들, 바로 그들이 무대 뒤에 선 영웅들입니다.

 

저도 나름은 화려한 무대 앞에서 조명을 받는 사람들보다 무대 뒤에서 섬기는 분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살고자했습니다. 주연보다는 조연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주방이 궁금했고,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시는 분들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장미보다 안개꽃이 더욱 귀해 보입니다. 예쁜 옷이 세상에 탄생할 때마다 그 옷을 디자인하고, 그 옷을 만드신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무대 뒤에 서 있는 그분들 때문이라고 믿고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은 그늘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늘진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늘이 어둡고, 그늘이 싸늘하고, 그늘이 외롭긴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그늘은 쉼의 자리요, 교제의 자리입니다. 그늘은 안식처요, 그늘은 힘을 얻는 곳입니다. 그늘이 있는 사람은 그늘이 있는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그늘이 있는 사람은 그늘이 있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그늘이 있는 사람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늘진 인생의 치유는 바로 그늘을 이해하는 사람이 그늘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생의 역설입니다. 우리는 그늘을 통해 밝음을 알고, 그늘을 통해 그늘진 마음의 깊이를 알게 됩니다. 깊은 골짜기의 그늘이 있기에 밝은 산봉우리가 있는 것처럼, 그늘은 우리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인 것입니다. 그늘처럼 지내는 무대 뒤의 영웅들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우리 존재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축복의 원천입니다.

 

저는 장미를 좋아하지만 그보다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 꽃다발을 더 좋아합니다. 그것은 안개꽃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화려한 장미꽃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안개꽃은 장미꽃의 배경이 되어 줍니다. 장미가 무대의 영웅이라면, 안개꽃은 무대 뒤에 선 영웅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안개꽃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 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이해인/안개꽃)

 

토마스 칼라일은 19세기 영국 사상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그는 [영웅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영웅들로 가득 찬 세계를 꿈꾸었던 인물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영웅은 소수의 특출한 지도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참된 영웅적인 지도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은 영웅들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떤 지도자도 홀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역사의 무대에 서서 빛을 발하는 지도자들은 자신이 빛을 발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그를 돕고 있습니다. 바로 무대 뒤에 선 작은 영웅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화영 님이 쓴 촛불이란 시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 타오르는 줄 알았습니다/ 공기와 바람도 필요하군요/ 모든 것이 적당해야 하구요/ 우주의 영이신 그분 안에서/ 타오름도 공동체의 노래군요/ 사랑의 불꽃을 드립니다/ 세상이 조금 밝아질까요 (김화영/촛불)

 

촛불 하나도 혼자 타오르지 못합니다. 촛불이 타오르는 것도 공동체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하물며 한 인물이 촛불이 되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작은 영웅들의 도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 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 번스타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그를 좋아하는 팬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물어 보았습니다. "번스타인 선생님, 수많은 악기 중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악기는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제2바이올린입니다. 제1바이올린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1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과 똑 같은 열의를 가지고 제2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은 참으로 구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아무도 제2연주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음악이란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겠어요?" 제2바이올린은 무대 뒤에 선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1바이올린이 빛날 수 있도록 배경이 되어 주는 것이 제2바이올린입니다.

 

우리 교육자과 부모들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이 빛나도록 배경이 되어 주는 안개꽃과 같은 무대 뒤에 선 영웅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무대 뒤에 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구나 드러나는 주연과 무대 위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 뒤의 영웅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훌륭한 2인자의 길을 그리고 무대 뒤의 영웅으로 살아야합니다. 우리 크리스챤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세례요한은 말합니다.“나는 주의 길을 곧게 하는 광야의 외치는 소리라고, 내 뒤에 오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이처럼 무대 뒤의 영웅은 자신의 흔적을 감출 줄 아는 사람입니다. 무대 뒤에 선 영웅은 자아를 발견한 사람입니다. 무대 뒤에 선 영웅은 소명을 따라 삽니다. 무대 뒤에 선 영웅은 적절한 때에 조용히 물러설 줄 압니다. 무대 뒤에 선 영웅은 큰 그림을 볼 줄 압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무대 뒤에 선 영웅 중의 영웅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무대 뒤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축복하시고, 인생을 도우시는 분입니다. 지금도 우리를 응원하시고 격려하고 계십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09년 12월 7일 교직원예배:윤삼열목사) 강준민 [무대 뒤에 선 영웅들] 참조하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