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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는 마음

물음표와 느낌표 2007. 3. 12. 22:34

알아주는 마음    

 


  
어떤 의과대학생의 이야기입니다. 해부학 강의 때입니다. 우리가 강의를 받던 강의실 칠판 한 구석에는 인체의 주요 골격과 근육의 명칭 따위가 표시된 커다란 인체 해부도가 걸려 있었습니다. 학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인체 해부도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교수님은 한 번도 그 해부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말고사가 시작되어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칠판 한 구석에 걸려 있던 인체 해부도가 치워지고, 그 자리에 한 줄의 시험문제가 또박또박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체의 각 부위와 근육, 골격의 명칭을 나열하시오." 당황한 우리는 배운 적이 없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교수님은 침착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체 해부도는 한 학기 내내 칠판에 걸려 있었다. 그러니 안 배웠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시험지를 나눠주셨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치렀습니다. 교실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한숨 소리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글을 써야 할 연필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길고 긴 한 시간의 시험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시험지가 거두어지고 백지가 대부분인 시험지를 찢으시며 교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기억해라. 공부란, 다른 사람이 알려 주는 내용만 배우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렇습니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것, 늘 있는 것, 항상 보고 듣는 것들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만한 것들 말입니다. 항상 가까이에 있고, 늘 보는 것이기에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알려고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실상은 모르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예전 보다 더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살게 되었지만 믿음은 물론 실생활에서의 부요함은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기독교학교이니까 모두가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의 테두리 안에 있을 것 같고, 예수 믿는 사람이니까 모두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렇게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자기 생각대로 안되면 자기의 판단대로 그럴 줄 몰랐다고 하고 예수 믿는 사람이 그런다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 기독교인이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결국은 상처가 더욱 쌓여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관포지교란 말이 있습니다. 관중은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포숙이라고 했듯이 알아주는 것만큼 좋은 관계가 없습니다. 성경에서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행20:35) 말씀하시지만 '주는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의식주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은 70%가 감성이기 떄문입니다. 그러기에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돈 버는 것도, 밥 먹는 일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일 것입니다. 모두가 힘든 때입니다. 이때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알아주고 감싸준다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며, 나아가 생명과 축복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서로 만날 때마다 손을 흔들어준다면 그 손은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힘내라고 말하는 깃발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에 아름답게 펄럭이게 될 것입니다.